#송사리 #자아 #에고고프로젝트
내 이름은 송사리. 현재 송사리에게 주어진 역할은 크게 세 가지다. 1)아들 송사리 2)직장인 송사리 3)사회인 송사리. 세 역할이 어떻게 배분되느냐에 따라 그때그때 나의 자아가 형설될 것이다. R, G, B 각각의 값에 따라 색깔이 정해지듯이.
어느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던 요 보름이었다. 각 역할마다 주어진 상황이 최악이어서 자아라는 걸 생각할 수도 없는. 그러다보니 맘 먹고 써보겠다는 글은 등한시하고 밑바닥만 파고 있으니, 무슨 일 있냐는 동업자 천왕성의 연락이 왔다. 응. 무슨 일 있었다. 근데 무슨 일이 있었다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딜레마. 내 중심을 잡기 위해서라도 요즘 내게 있었던 일을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1)아들 송사리
코로나19 확진이 발단이었다. 일주일을 꼼짝없이 방 안에 갇혀있어야 했다. 격리기간에 아버지 기일을 맞았고 역시나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문제는 내가 확진되자마자 엄마도 코로나에 걸렸다는 것. 아무리 조심했다지만 일이 이렇게 되니 내가 엄마를 전파시켰다는 죄책감이 몰려왔다. 게다가 엄마는 격리로 일을 쉬게 되면서 한 주 급여가 허공으로 날라갔다. 그야말로 가시방석.
격리가 마친 후 회사에서 언제 자리를 비웠냐는 듯 발이 안 보이게 뛰어다녔다. 후유증이 있긴 한 지, 퇴근 시간에는 이마에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여러모로 온전한 휴식이 필요한 때. 하지만 주말에는 아버지 기일 겸 한식을 맞아 산소를 다녀오고 누나 식구와 하루 묵고 돌아오는 일정이 예정됐다. 장거리 이동을 위해선 일찍 일어나야 했고 주말 다운 주말을 누리지 못한 채 다시 주중을 맞았다. 아버지 뵈러 가는 거지만 내 몸 못 쉬는 게 더 아쉬운 이 불효자.
2)직장인 송사리
이 짤 하나로 설명할 수 있겠다. 어느덧 입사 3개월이 흘렀고 수습 해제와 부서 배치 인사 명령이 났다. 선배들은 축하한다는 말과 '이제 맛 좀 봐야지?'하는 표정을 동시에 지었다. 예? 저는 아직 말하는 감자인데요? 정직원 되면 오를 월급만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정직원이 되었으니 그에 준하는 업무와 책임을 수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해져있지 않았고,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그때 주어지는 일을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했다. 언제 주어질지 모르니 긴장 상태로 대기해야 했다. 이건 뭐 선배들도 마찬가지로 받는 스트레스지만. 아무튼 그래서인지 퇴근할 때면 늘 녹초가 되어있었다.
나약한 사람인지라 이것만으로도 적응하기 빠듯한데, 하루빨리 조직원이 되기 위한 하드트레이닝이 이뤄졌다. 3일 연속 당직을 했고, 제 시간에 일을 마칠 수 없어 쉬는 날에도 노트북을 펼쳤다. 온전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노래를 불렀음에도 직장인 지위가 집까지 따라온 셈이다.
3)사회인 송사리
또 코로나 핑계다. 방 안에만 갇혀있다보니 나름 운동도 하면서 일상을 유지하던 루틴이 무너져버렸다. 배달음식에 의존하니 몸도 더부룩하고. 몸이 회복하니 일에 치였다. 여기서 가장 나쁜 버릇이 재발했다. 술로 하루 마무리 하기. 밤늦게 퇴근을 했다지만 방금까지 치열하게 회사에 있다보니 각성 상태가 이어졌고, 이를 술로 억누르는 일상이 반복됐다. 이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막상 밤되면 다시 술을 찾는 악순환.
어느날 몸도 마음도 황폐해진 내가 보였다. 사람을 만나서 푸는 것도 아니고, 술이 술을 부르면서 모든 걸 망치고 있으니 말이다. 정신차리기 위해 아직 노력중이다.
돌아보니 직장인 송사리가 현재 송사리 자아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할 수 있겠다. 그러다보니 진짜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고. 칼로 무자르듯 자아를 뚝딱 나눌 수는 없다지만 어떻게 좋은 방법이 없을까. 때문에 이번 주말은 단절을 목표로 했고, 건강한 나를 찾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아직 못 찾았지만 쓰니까 좀 낫다.
사실 지난번 '일의 기쁨과 슬픔'을 쓰고 난 후 내 글을 더 쓰기가 싫었다. 보기 싫은 건 당연하고. 그런 불만족 상태로 회피만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그 이유가 번뜩 지나갔다. 온전한 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직장인 자아가 나를 따라오니 말이다. 결국 '에고고'가 아닌 푸념글이 되어버렸고, 감정을 배출한 조악함이 묻어나오고 말았다.
먹고살아야하니 일을 쉴 수는 없다. 일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야지. 겨우겨우 내가 '에고고프로젝트'를 해야겠다 맘 먹던 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