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lja Jun 28. 2021

작은 아씨들-그 뒷 이야기 4

작은 신사들 (by 루이자 메이 올콧)

제2장 소년들    


  네트가 단잠을 자는 동안, 내 어린 독자들에게 네트가 일어났을 때 만나게 될 소년들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를 해야겠다.

  옛 친구부터 시작하자면, 이제 열여섯 살이 된 프란츠는 전형적인 독일인이다. 키가 크고 덩치가 좋으며 금발이고 책을 아주 좋아한다. 또한, 온화하고 다정하고 음악에 관심이 많다. 외삼촌인 바에르 교수는 프란츠를 대학에 보낼 계획이었다. 또한, 외숙모 조는 그가 장차 행복한 가정도 꾸리리라 생각했다. 신사답고 예의 있게 행동하고 아이들을 사랑하고 여성과 어른, 청년 모두를 존중하고 가정에 도움이 되도록 프란츠를 세심하게 길렀기 때문이다. 프란츠는 모든 면에서 변함없고 친절하게 인내하면서 조의 오른팔 노릇을 했다. 조는 어머니 같은 존재가 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프란츠도 명랑한 외숙모를 어머니처럼 사랑했다. 

  프란츠의 동생인 에밀은 자신의 형과 꽤 달랐다. 성미가 급하고 가만히 있질 못했다. 진취적이었고 바다에 열중했다. 혈관에서 옛 바이킹의 피가 흐르는 듯했고 절대로 길들지 않았다. 에밀의 외삼촌은 그가 열여섯 살이 되면 바다에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그에게 항해에 관해 공부하게 했고 훌륭하고 유명한 해군 제독과 영웅들에 관한 책을 읽게 했다. 외삼촌은 수업이 끝나면 에밀을 강, 연못, 개울에 사는 개구리처럼 물가에서 뛰놀게 했다. 에밀의 방은 모든 물건이 선박과 군사용이었고 아주 깔끔하게 순서대로 정돈되어 있어서 꼭 군함의 선실 같았다. 해적 키드 선장이 그의 우상이었다. 에밀은 주위에 널린 물건들로 잽싸게 해적처럼 차려입고 피비린내 풍기는 듯한 바다 노래를 고래고래 부르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선원의 혼파이프 춤을 자기 멋대로 추기도 했다. 외삼촌이 허락하면 바닷사람 말투로 대화를 하기도 했다. 소년들은 에밀을 ‘선장’이라고 불렀고 그의 함대를 자랑스러워했다. 에밀의 함대는 바다에 사로잡힌 소년만이 이겨냈을 큰 재난을 당한 듯했다.

  조의 조카 데미는 지혜롭고 사랑스럽게 돌봄을 받은 티가 나는 아이였다. 영혼과 신체가 함께 조화를 이루어 건강하게 성장했다. 자연스럽고 품위 있는 가정교육을 받아 다정하고 순수하게 행동했다. 데미의 어머니는 데미의 마음속에 깃든 순수함과 사랑을 소중히 여겼다. 데미의 아버지는 데미가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항상 지켜보았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이고 운동을 시키고 잠을 푹 재워 작은 몸을 바르고 튼튼하게 자라도록 했다. 데미의 할아버지인 마치는 근대 피타고라스의 다정한 지혜로 데미의 작은 마음을 어루만지며 길고 지루하게 수업을 하지 않았다. 앵무새처럼 따라만 하게 하지도 않았다. 장미를 활짝 피우는 태양과 이슬처럼 데미가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지식을 펼치도록 도와주었다. 데미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결점이 적었다. 일찍 스스로 절제하는 비밀을 깨우쳐 불쌍하고 힘없는 아이들처럼 식탐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다. 간혹 자제할 수 없는 유혹에 넘어가면 스스로 반성했다. 조용하고 보기 드물게 멋진 소년으로 진지하면서도 쾌활했다. 자신이 남들보다 똑똑하고 뛰어나다는 사실은 모르면서도 다른 아이들의 영리함과 훌륭함은 빨리 깨닫고 또 무척 좋아했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타고난 품성이 고결하여 책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생생한 공상을 즐겼다. 부모님은 데미가 울타리에 갇혀 조숙하게 자라지 않도록 이러한 특징과 유용한 지식, 건강하고 균형 잡힌 사회성을 잘 유지할 수 있게 주의를 기울였다. 이러한 아이들은 가끔 가족을 놀랍고 기쁘게 하지만 온실에서 크는 화초처럼 시들기도 한다. 조숙한 아이는 세상이라는 흙에 견고하게 뿌리를 내릴 틈도 없이 너무 금방 꽃을 피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미는 플럼필드에 왔고 이곳 생활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모두 자신들이 한 일에 만족했다. 데미는 다른 소년들과 어울리면서 현실을 깨달았고 자신의 정신을 깨웠다. 작은 머릿속에서 열심히 쳐왔던 거미줄을 말끔하게 떼어내 털어버린 것이다. 언젠가 데미가 집에 돌아갔을 때 문을 쾅 닫으며 ‘제기랄’이라고 심하게 말하거나 ‘아빠처럼 쿵쾅거리며 걸을 수 있는’ 두꺼운 부츠를 사달라고 해서 어머니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데미의 이런 남자다운 모습을 보고 크게 웃으며 흐뭇해했다. 부츠까지 사주고 만족스럽게 호언장담했다.

  “데미는 잘하고 있어. 쿵쾅거리게 허락해야지. 나는 내 아들이 남자다운 소년이길 바라. 그리고 잠깐 거친 행동을 한다고 데미가 다치지는 않아요. 머지않아 빛이 나도록 우리가 데미를 도와줄 수 있소. 데미는 비둘기가 완두콩을 쪼아 대듯 계속 배울 거요. 그러니 너무 데미를 재촉하지 맙시다.”

  데미의 쌍둥이 데이지는 명랑하고 매력적이며 여성스러웠다. 그녀는 자기 어머니를 닮아 온화했고 집안일을 좋아했다. 인형 가족을 꾸리고 모범적 태도로 보살폈다. 그녀는 작은 반짇고리와 바느질거리 없이는 지낼 수 없었다. 바느질도 무척 꼼꼼하게 잘하여 데미가 종종 자신의 손수건에 놓인 그녀의 깔끔한 바늘땀을 자랑하러 꺼냈다. 막냇동생 조시는 데이지 누나가 예쁘게 만들어 준 플란넬 속옷을 입었다. 데이지는 도자기 찬장에 관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소금 통을 준비하거나 식탁 위에 숟가락을 가지런히 놓는 일들을 좋아했다. 그리고 매일 솔을 들고 응접실을 맴돌며 의자와 탁자의 먼지를 털었다. 데미는 집안일을 좋아한다는 의미로 그녀를 ‘베티’라고 놀렸다. 하지만 데이지가 자기 물건을 정리해주고 재빠른 손으로 많은 일과 공부를 도와주기도 해 고마워했다. 항상 함께했고 아무런 경쟁심도 없었다.

  둘 사이의 애정은 변함없었다. 데이지를 다정하게 대하는 데미를 누구도 비웃지 않았다. 데미는 대신 나서서 데이지를 위해 용감하게 싸웠고 다른 남자아이들이 자신들의 여자 형제를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걸 왜 부끄러워하는지 절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데이지도 자신의 쌍둥이인 데미를 무척 좋아했다. 데미를 세상에서 가장 놀랄만한 소년이라고 생각했다. 매일 아침 작은 가운을 걸치고 종종걸음으로 데미의 방으로 가 방문을 두드리며 엄마 같은 목소리로 데미를 깨웠다. 

  “사랑하는 데미, 일어나. 아침 먹을 시간이 다 됐어. 내가 깨끗한 깃도 가지고 왔어.”

  바에르 부부의 아들 로브는 기운이 넘치는 꼬마 소년이었다. 절대로 가만히 있질 않아 끊임없이 움직일 수 있는 비밀이라도 발견한 듯 보였다. 다행스럽게 짓궂거나 대범하지는 않아서 말썽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로브는 수다쟁이여서 활기차게 째깍거리는 작은 시계추처럼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를 사랑스럽게 재잘거리며 왔다 갔다 했다.

  로브의 동생 테드는 너무 어려서 플럼필드에서 큰 역할을 하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작은 영역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을 무척이나 잘 해냈다. 가끔은 모두 귀여워할 대상이 필요했는데 아기 테드는 뽀뽀해 주고 안아 주기에 딱 좋았다. 조는 거의 테드와 함께 반죽을 휘저었기 때문에 집에서 만든 파이에는 모두 아기의 작은 손길이 닿았다. 그리고 모두 플럼필드의 아기를 좋아했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딕 브라운과 아돌푸스 혹은 돌리 페팅일 두 명은 여덟 살이었다. 돌리는 심하게 말을 더듬었으나 그를 놀리는 일은 금지되었고 바에르 교수가 천천히 이야기하도록 독려하면서 치료하려고 노력했기에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돌리는 작고 착한 사내애였다. 무난하고 평범하게 잘 지냈다. 매일 해야 하는 공부와 놀이를 차분하고 적절하게 해 나갔다. 

  딕 브라운은 등이 굽어 고통받았다. 하지만 언젠가 데미가 ‘솟아오른 등 때문에 사람들이 온화해지나? 만약 그렇다면 내 등도 튀어나왔으면 좋겠다.’라고 괴이쩍게 물을 정도로 딕은 자신의 짐을 기꺼이 참아냈다. 딕은 항상 명랑했고 다른 소년들처럼 되려고 최선을 다했다. 몸은 작고 연약했지만, 용감했다. 그가 처음 왔을 때 자신의 불운에 민감했지만, 곧 잊을 수 있었다. 바에르 교수가 그를 비웃은 소년 한 명에게 벌을 주고 나서 다시는 아무도 딕에게 상처를 상기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상관하지 않으셔. 내 등은 굽었지만 마음은 똑바르거든.” 

딕은 흐느끼며 자신을 놀리던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생각을 소중히 여긴 바에르 부부는 하느님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그의 마음을 사랑한다는 믿음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안타까워하거나 딕이 상처를 극복하도록 도와줄 때가 아니면 등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한 번은 야생동물놀이를 할 때 누군가 궁금해했다.

  “딕, 너는 무슨 동물을 할 거야?”

  “아, 나는 단봉낙타를 할 거야. 내 등에 이 혹이 안 보여?” 

딕이 깔깔거리며 대답했다. 

  “그렇구나. 멋진 작은 낙타는 등에 짐을 지지 않아도 돼. 하지만 코끼리 옆에서 제일 먼저 행진하도록 해.” 

행진 순서를 정하던 데미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우리 아이들이 배운 만큼 가엾은 저 아이에게 친절했으면 좋겠어.” 

자신이 아이들을 잘 가르쳤다는 생각에 꽤 만족하면서 조가 중얼거렸다. 조 앞을 느릿느릿 걸어가는 딕은 무척이나 행복하게 보였다. 하지만 코끼리 역을 맡은 육중하고 통통한 스터피 옆이라 그런지 무척 연약하고 작은 단봉낙타 같았다.

작가의 이전글 작은 아씨들-그 뒷 이야기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