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에서 바라보는 순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사진 찍으며 쓰는 글-11

by egong
20191001_155437.jpg

아르노강을 따라 베키오 다리를 지나고, 그라찌에 다리를 지나서 쭉 가다 보면 길가에 대형버스들이 줄 서 있는 곳이 있다. 이탈리아의 특이한 도로 법규인 ZTL존 있다. ZTL존이란 간단하게 허가받지 못한 일반 차량이 시내로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 장소에서 관광객을 내려주고 다시 픽업을 기다리곤 한다. 도로의 반대편 강가 쪽으로 바라보면 중고등학교 운동장만 한 공원이 있다. 이 공원엔 큰 나무 몇 그루와 잔디, 영화에 나올 것 같은 모양을 가진 큰 나무 밑동 두 개가 있다.


이 공원에는 매번 올 때마다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 역시 2시간 전부터 나무 그늘에 친퀘테레에서 10유로를 주고 산 돗자리를 깔고 누워 책을 읽었다. 해의 위치가 빠르게 바뀌는 시간이라 내가 누워있던 곳에 금방 햇살에 차지하고 들어왔다. 눈이 조금 아프지만 나는 햇살을 조명 삼아 책을 읽는 것을 사랑한다. 낭만적이기 그지없지 않은가? 고개를 들면 그저 아름다운 풍경과 잔디 곁에서 햇살을 등으로 삼아 책을 읽는 것이 말이다.


이곳에 앉아 있노라면 보이는 것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심하지 않다. 수업이 마쳤는지 하나둘 모여드는 학생들, 혼자서 흰색의 모자와 흰색의 헤드폰을 끼고 켄트지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다. 애견의 나라인 만큼 산책을 오는 사람과 다양한 종의 강아지들, 이제는 적응되었지만 어디서나 격렬한 키스를 나누는 커플들. 모두가 아름답다.


가장 사랑하는 것이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강가가 보이는 경사진 잔디밭에 누워 해가 건물 뒤로 사라지며 빛을 뿌리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수첩에 이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태양이 구름에 숨어들어 갔다가 다시 나오며 수첩과 펜에 음영을 강하게 드리워주는 것 역시 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여행의 시작. 당신과 함께한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