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에 빠진다는 것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사진 찍으며 쓰는 글-4

by egong



20190712_190802.jpg

다들 어딘가에 빠져본 경험이 있겠죠.


간단하게 제 이야기를 한다면 저는 고등학생 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평일은 학교를 마치자마자 피시방에 달려갔고, 주말에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꼬박 피시방에서 살았어요. (부모님은 이 글을 못보실거니까 하하.) 당시 친구들이 저를 찾으려면 그냥 피시방에 오면 항상 있었던 수준이니까요.


와우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공부를 해야 하는 게임이기에, 게임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해가며 하드 레이드까지 뛰곤 했는데 어느 정도 수준의 대학에 들어가지 못할까 봐 하루아침에 다 접어버렸어요.


그때 어떻게 그렇게 바로 끊을 수 있었는지는 지금도 신기합니다.

(와우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게임이라고 꼽을 수 있지만 삶엔 그렇게 좋은게임은 아닌거 같긴합니다.)


지금은 사진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긴 해요.


왜냐면 게임을 했을 땐 주변에 다 게임을 잘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였고. 지금 제 주변을 보니 모두 사진을 사랑하고 너무 잘 찍는 사람들만 있는 걸 보니 저도 사진을 좋아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드는 것 같아요.


어떤 게임을 해도 못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잘하진 못했고, 사진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문장은 자조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딱히 그렇진 않습니다. 이런 감상은 그저 그냥 그런 것일 뿐이니까요.


이 두 개는 정말 깊이 빠졌던, 빠져있는 것들입니다.


빠진다는 건 그런 거겠죠.


당신은 끝없이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나는 물 밖에서 가만히 수면을 바라보고 있다거나, 튜브를 타고 가만히 누워서 떠다닌다거나.

물에 들어와 있으면서도 하늘과 나무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사람마다 정도와 방향, 시선이 다른 거겠죠.


빛이 닿지도 않을 정도로 깊은 곳에서 탐험하길 좋아하는 사람은 물 위에 떠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을 못마땅해 할 수도 있고,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거고요. 그 반대가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까지 어느 정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본 바로는 자신이 바라는 데로 빠짐의 정도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보다는 상황과 불가피함이 만들어주는 깊이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긴 하더라고요.


더 깊이 들어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들어가기 싫어도 가야만 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물론 제가 완벽하게 그 사람이 아니기에 그것에 대해선 행불행을 판단 할 수는 없어요. 먼 미래에 스스로만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사람에게 빠지는 건 어떤가요.


여기에 대해선 계속 쓰고 지웠네요 하하..


기회가 된다면 만나서 이야기합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끝없는 아름다움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