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사진 찍으며 쓰는 글-7
피렌체에는 서울의 한강처럼 중간을 가로지르는 아르노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아르노 강을 쭉 따라서 수많은 아름다운 다리들이 놓아져있고 피렌체를 온다면 무조건 한 번은 봤을 베키오 다리가 있습니다. 왜 사람이 사는 곳에는 강이나 바다가 있어야 하는지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장소예요. 피렌체에서 어디가 가장 예쁘냐고 물어본다면 단연 아르노 강변에 선셋에서부터 야경까지 가만히 앉아서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강변에서 위치를 더 물어본다면 제가 가장 사랑하는 다리인 산타 트리니타(St Trinity Bridge)나 까라이아(Ponte alla Carraia)로 가라고 할 거예요. 100번을 봐도 100번 모두 그저 아름다워서 바라만 보고 있을 수도 있을거고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온다면 두 말할 것도 없다고 말할 수도 있을거예요. 시간이 다가오면 강렬한 붉은색과 주황색이 어우러지는 일몰 빛이 강가의 도로를 따라 뻗어나오죠. 수백년간 그 자리를 지켜오던 건물과 일몰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에 일몰 빛이 부딪혀 사그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산 뒤로 해가 내려가면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죠. 산 아래로 내려간 태양빛의 산란으로 나타나는 멋진 일몰의 그라데이션을 뽐냅니다. 구름이 있다면 베키오 다리 뒤의 구름부터 보랏빛과 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하여 당신의 머리 위로 총천연색의 그림을 그려줄 거예요. 구름이 없더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이 바라보던 강변의 끝에서는 붉은색부터 새파란 하늘로 이어지는 자연의 팔레트를 펼쳐줄 겁니다. 이후에 어느 정도 시간이 더 지나면 피렌체의 하늘은 오랜 시간 깊은 바다 같은 짙은 푸른빛으로 바뀌면서 강가의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해요. 지금. 그 순간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예요. 일몰보다 사랑하는 그 순간입니다. 제가 항상 피렌체를 여행 오시는 신혼부부들께 야경을 보라고 말씀을 드리는데 당신도 시간을 내어서 본다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여행하는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피렌체에서만큼은 그 시간을 만들어서 누군가와 다리에 앉아서 가만히 감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일몰에 촬영이 없다면 언제나 항상 그렇게 앉아서 사진을 찍고 가만히 봤어요. 심지어 지금 이 글도 일몰 촬영을 끝내고 완연한 어둠이 찾아와 가로등이 빛나는 강가를 따라 걸어오면서 썼으니까요. 사실 강과 일몰에 대해서 쓰고 싶었던 영감을 준 부분은 강가에 비치는 물가의 반영 때문이었습니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특유의 따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리를 밝혀주는 가로등, 그리고 강에 약간의 바람이 불어오면서 거의 항상 흔들리고 있는 물의 반영. 어딘가 모르게 슬프고도 아름다운 장면이에요. 누군가와 앉아서 달과 가로등과 반영과 눈동자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멋진 일몰에 대한 글을 인상 깊게 읽었다면 누군가와 앉아서 밤까지 앉아있어주지 않을까요. 반영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다르게 시작해서 다르게 끝나버렸네요. 당신도 피렌체가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서 멋진 감상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