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사진 찍으며 쓰는 글-6
오늘은 아이러니한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면,
저는 과학을 신봉하면서도 운명론을 깊게 믿고 있는 사람입니다.
제 생각의 기준점이 되는 여러 가지 가치관 중에서 중학생 때부터 머리에서 지켜온 게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이에요.
'모든 일은 반드시 올바르게 흘러간다.'
역시 여기서 '正' 바른, 옳은, 올바른, 이치에 맞는 등으로 해석이 가능한 이 것.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한자예요. 그래서 항상 저는 옳음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하곤 했어요.
이전에 '옳음'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본적이 있는데,
결국 모든 일이 일어나는 건 그게 옳다! 즉 당연히 일어나야 하는 일이다!라는 것인 거죠.
태어난 것부터 어느 학교를 갔으며 어떤 친구를 만나서 어딜 놀러 가고 어떤 일이 일어나고 뭘 하고있는지. 모든 게 '올바르게 흘러갔다'라고 말하는 거예요. 하지만 여기서 다른 건, 올바른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게 문제예요.
이 옳음엔 도덕적이나 경제적인 판단이 들어가서는 안되는 기준점인 거죠.
좋고 나쁘거나 이득이나 손해가 아닌 그냥 그저 그랬어야만 하는 일이라는 게 사람을 힘들게도 편하게도 만들어줍니다.
쓰다 보니 살짝 신앙과 같기도 한 것 같아요.
다만 하나. 이 단어가 아무렇게나 행동해서 그냥 나에게 되는데로 흘러가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예요.
절대적인 인과관계를 따르는 문장인거죠.
당신과 나의 행동과 말에 대한 것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주어지는 것이고 거기에 대한 결과는 '올바르게' 흘러갈거라는 것이예요.
하하. 끝없는 선문답이긴 하지만 그 선택지 역시 이전의 선택에 대한 결과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분명하겠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면 이건 제가 가진 판단 가치관 중에 하나인데, 이게 참 좋은게 어떤 선택에 대한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건 운명에 의한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온전한 내 실력이다.' 라는 자만심을 버릴 수 있으며, .
나쁜 결과가 나오면 '어쩔 수 없는 결과였구나.'(물론 전제조건은 스스로 가능한 열심히 했다면)라고 자위를 할 수 있는거예요. 혹은 또 다른 다음 선택을 위한 준비다.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물론 이 생각이 끝없는 자기 합리화에다가 그냥 현 상황에 안주하게 만드는 생각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이이토코토리(良いとこ取り)! 좋은 것은 기꺼이 취하는 겁니다.
지금까지 작고 큰 선택 실수와 여러 성공적인 선택을 겪어오면서 아직은 인생에서 전체적으로 기분 좋은 옳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뭐 이게 나빠지고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행복한 선택은 그렇게 후회하게 만들진 않지 않을까요? 최악의 선택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요.
아무렴 어떻습니까. 그 선택도 옳은 곳으로 흐르게 해줄거라 믿어야죠.
이제 다들 알잖아요 틀리고 맞는 선택도 없고, 틀리고 맞는 결과도 없는걸. 그대로 모든 일은 '正'으로 흘러가지만 그게 행복할지 불행할지는 스스로에 달렸다는 걸.
새까만 밤도 한낮으로 만들어 줄 운명의 여신이 당신일지 누가 알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