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서 주변을 둘러볼 때.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사진 찍으며 쓰는 글-9

by egong

가만히 앉아서 주변을 둘러봅니다.



다같이 조각상 아래에 앉아 시원한 밤공기를 즐기는 사람들. 넓은 광장의 벤치에 앉아 낭만을 즐기며 술을 마시는 연인들. 조명에 반사되어 보이는 수백 년 유지되어 온 건물의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내 옆에 앉아서 어디 출신인지 모르는 장사꾼들이 파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 귀여운 반려동물을 데려와 산책을 하고 있는 사람들.



조금 더 멀리 바라봅니다. 이미 제가 사랑하는 일몰 시간이 지난 뒤 아름다운 하늘이 지워지고 짙은 어둠이 찾아온 시간이라 당장 멀리 자세히 보이는 것은 없습니다.



밝은 조명이 켜진 곳을 벗어나 조금 어두운 곳에서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면 조그마한 별빛들이 반짝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다 아래로 고개를 내리면 산 중턱의 빛나는 따뜻한 불빛들이 보입니다.



항상 궁금합니다.


저기에서 지내면 어떤 느낌일까.



스위스에 처음 여행갔을때 느꼈던 생각과 비슷합니다. 인터라켄의 튠호수에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면 건너편 산에 하나 둘씩 지어진 집들이 보입니다. 생각합니다. 멀리서 보기에 별처럼 빛나 아름다워 보이지만 가까이서 봐도 따뜻한 빛일까. 하고. 이 감상에는 어딘가 비관적인 마음이 섞여있는 감상입니다. 항상 무언갈 보거나 생각하면 그것에 대한 '반'을 생각합니다. 그러한 생각은 또 다른 합을 만들어냅니다. 바라보는 사람이 따뜻해질 만큼 분명 평화롭고 따뜻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매일 한 번 이상은 바라보는 곳입니다. 처음 볼 때부터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직도 올라가 보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수백 번은 봤는데 말입니다. 왜 가지 않았을까. 반사되어 밝게 빛나는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느낌일까요. 직접 가보지 않아도 누군가가 이야기했던 그림들로 그려내는 정답을 바라보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스스로는 알고 있습니다.

귀찮거나 두려워서 막연히 멀리서 바라보는 것과 집 안에는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다다가 보는 것은 정말 큰 차이라는 것을 압니다. 저 많은 빛들은 하나의 별빛이나 사람의 흔적이 아닌 다른 많은 것들로 치환될 수 있을겁니다.


가령 꿈이라든지, 단순히 하고 싶은 것이라든지, 사람이라든지, 사랑이라든지.


지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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