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미용실 잡지에서 본 연애 칼럼니스트를 꿈꿨습니다.
인생의 전부를 사랑하며 보냈어요.
그 절정이었던 대학 시절, 텅 빈 이력서를 교수님께서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학생 졸업 후에, 뭘 할 생각이에요?"
당시 제 속마음은, "남자친구랑 결혼이요."였습니다.
물론, 겉으로는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합니다."라고 답했지만요.
자소서에 적을 특별한 스펙은 없었지만
연애만큼은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들은,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엄마는 한 번도 저에게 공부하라고 하신 적이 없습니다.
남자친구를 만나러 갈 때면, 향수를 뿌려주던 분이셨어요.
그 덕인지 연애를 열심히 해 대학에 가고, 석사를 하고, 영어도 배웠고, 결국 싱가포르까지 일하러 와 미국 남자와 살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제 길은 늘 연애가 만들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첫 남자친구, 똑똑하고 야망 있던 사람, 나를 찌질하게 만든 사람, 회피형 남자, 재밌었던 연애, 마마보이, 싱가포르 남자,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까지.
이렇게 여덟 명 정도를 만났습니다.
(그 사이 이름조차 애매한 사람들은 그냥 지나가겠습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그때의 제가 중요시한 점은 비슷했어요.
제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들을 동경했고, 사이가 완전하지 않을 때면 열등감을 느꼈습니다.
그 덕에 괴롭고 슬픈 기억도 있지만, 결국 그런 관계들이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믿습니다.
20대 후반에는 꼭 결혼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거의 모든 연애에서 결혼을 염두에 두고 만났어요.
저는 그랬는데, 상대는 아니었는지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자주 절망스러웠습니다.
연애는 늘 수월했는데도요.
"결혼하기 좋은 사람 vs 연애하기 좋은 사람"
그런 글을 읽고, 나는 후자일 거라는 생각에 슬펐어요.
누군가의 평생을 설득하기엔 내가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삶이 더 나아지지 않으면,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면서도, 좋은 선물을 주고 데이트 비용을 많이 쓰는 남자에겐 왠지 모르게 너그러워지는 저를 발견했어요.
사랑에 빠지기 앞서, 전제조건이 먼저 붙던 관계가 익숙해졌습니다.
솔직히 말해, 그 사람 그 자체보다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에 끌려 시작된 적들도 있었습니다
그 후, 사랑에 허우적대기도 했지만 출발은 늘 계산 위에서 시작됐어요.
그 과정에서 상처를 주고받았겠죠.
그런데 저는 늘 내가 아픈 기억만 더 오래 붙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 와 돌아보니,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더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그들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답은 알 수 없지만, 저는 지난 연애를 여전히 떠올립니다.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큰 부분이기에,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어요.
남편을 만나 결혼까지 가는 동안, "이게 정말 된다고?" 하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서류상 가장 훌륭한 스펙의 남자가 나에게 빠져 두 번째 만남에서 프러포즈를 했고, 100일 만에 결혼해 현재는 세 가족이 되었습니다.
나는 늘 상대가 가진 것들을 먼저 계산했고, 그중 내가 탐나는 것들은 떼어 두고 기억했습니다.
그럴수록 스스로가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러면서도 그 관계를 원했고, 끝에 다다라서는 내가 부족해서 이 관계가 끝난 걸까, 하는 자책도 했습니다.
처음 남편을 만나기 전, 언제나처럼 그의 링크드인을 먼저 검색해 봤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관계에서 얻은 것은 조건이 아니었어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지고, 그 사람 존재에 감사하게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평생 따라다닐 줄 알았던 우울감을,
남편을 만나고는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스스로를 의심하던 마음,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는 사랑받지 못할 것 같던 슬픔이
오랫동안 나를 아프게 해왔다는 걸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돌리 앨더튼의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 책은 사랑을 통해 그녀의 삶을 조명한 에세이였고, "연애모험기"라는 말로 소개되었습니다.
제가 만나온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봤습니다.
그리고 문득, 저도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제 연애를 하나씩 풀어가다 보면, 결국 10대부터 서른까지의 삶을 기록하는 일이 될 것 같아요.
상대의 조건을 동경해 시작한 연애 속에서 부족함을 느꼈고, 그걸 채우기 위해 애썼어요.
학업도, 일도, 자기 계발도 그렇게 계속해 나갔죠.
아등바등하는 동안 마음은 힘들었지만, 그 모든 모험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돌아보니, 제 모든 선택은 늘 연애와 맞닿아 있었어요.
지난 모든 인연에 감사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 여정을 지나오며 깨달은 건—
나는 언제나 사랑받기 충분했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내가 머리로 따져 사랑했던 사람들도,
그들이 왜 그토록 내게 소중했었는지를 이제는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처럼,
결국 모든 것은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는 걸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