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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스막골 Jul 22. 2023

[M]6. 해가 뜨면 여자가 살아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꿈속에 농장이 나왔다. 나보다 몇 배는 큰 개들이 가득한 곳. 그 개들이 짖는 소리에 한 순간도 편히 잘 수도 없고 머리 위에서 위 철창의 개가 싸는 똥이랑 오줌이 쏟아지는 곳. 그 농장에 다시 돌아가는 꿈이었다. 원래 있던 철창 안에 던져지자 앞,옆,위,아래에서 동시에 짖어댄다. 어차피 다 성대가 잘려있지만 그래도 공기 중에 퍼지는 그 울림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다. 나는 놀라고 무서워서 바들바들 떨며 나를 철창 안에 밀어 넣는 손에 온 힘을 다해 매달려봤지만 그 남자는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나를 던져 넣고 문을 잠갔다. 밤새 다시 돌아온 그 자리에서 뱅글뱅글 돌았다. 돌 때마다 철망 사이로 발이 빠졌다.


그렇게 바들바들 떨다가 갑자기 깨어났을 때는 여기가 농장인 줄 알았다. 그렇지만 농장의 똥오줌 냄새도 다른 개들의 냄새도 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다시 둘러보니까 그 여자 방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여자의 침대랑 연결된 계단으로 뛰어올랐다. 전에 푸들 꼬맹이가 오르내리는 걸 봤다. 계단을 올라오자 이불을 덮고 그 여자가 자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무작정 그 여자의 가슴에 뛰어올라서 미친 듯이 냄새를 맡았다. 내가 농장에서 나와서 이 여자의 집에 살고 있는 게 꿈인지 현실인지 확인해야 했다. 내가 너무 작아서인지 이게 꿈이어서인지 여자가 좀처럼 깨질 않아서 나는 더 뛰었다. 푸들 꼬맹이가 옆에서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모습이 보였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이 여자의 냄새가 꿈이 아니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드디어 여자가 눈을 떴다. 나는 미친 듯이 여자의 입 주변을 핥았다. 현실이다. 여자가 살아있다. 나는 이 집에서 이 여자와 저 망할 꼬맹이랑 함께 있는 게 맞다. 그 여자 입에서 “몽아~” 여러 번 부르는 소리가 난다. 진짜다. 이건 내 이름이 맞다. 결국 일어나 앉은 여자는 나를 품에 안아 올렸다. 좋았다. 꼬리가 마구 흔들려서 가만히 안겨있을 수가 없을 정도다.


이후로 매일 새벽이면 여자가 살아있는지 확인하는 게 일과가 됐다. 한참을 여자의 가슴 위에서 뛰고 그 여자가 깨서 나를 안아 올리면 그 품 안에서 진정될 때까지 숨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렇게 확인을 하고 나면 다시 잠을 잘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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