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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스막골 Jul 22. 2023

[M]7. 왜 자꾸 내 영역을 지우는 거지?

다른 개들이 없는 건 좋지만 여기는 여전히 너무 넓고 낯설다. 그래서 매일 그 여자가 자는 침대랑 거실이랑 부엌을 따라다니면서 내 냄새를 묻혔다. 방법은 별게 없다. 오줌을 싸는 것이다. 나는 오줌을 조금씩 자주 쌀 수 있다. 그건 별로 힘들지 않다. 여자가 나를 보면서 “몽아~”하고 부르거나 내 머리에 손만 대도 나는 오줌을 싼다. 이건 그냥 좋아서 싸는 거다. 여기선 좋은 일이 자주 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내가 거실이나 부엌에 오줌을 싸면 그 여자가 자꾸 닦아서 없애버린다. 이불도 매일 바뀐다. 자꾸 새것 냄새가 나는 건 나를 불안하게 한다. 밥도 내 영역에서 먹어야 하는데 오줌을 싸놓으면 자꾸 없애버리니까 이걸 자꾸 짜내는 것도 힘들다. 나를 농장에 돌려보내지는 않을 거 같은데 왜 자꾸 이러는 거지? 푸들 꼬맹이는 이게 아무렇지도 않은 거 같다. 아직 어려서 영역 표시를 할 줄 모를 때 내가 먼저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데.


그나마 하얀색 사각형 종이 같은 게  깔려 있는 곳은 내가 오줌을 싸도 이불처럼 빨리 치우진 않는다. 그래서 나는 사료를 물어다가 내가 오줌을 싼 곳으로 가져다 놓고 다시 씹어먹는다. 자꾸 여자가 나를 들어서 사료가 놓여있는 통으로 다시 돌려놓고 하는데 이것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때마다 나는 다시 사료를 물고 내 오줌 냄새가 나는 곳으로 가서 숨겨놓고 먹는다. 저 꼬맹이도 곧 영역이 뭔지 알게 되면 나를 구석으로 몰지 모른다. 벌써 나랑 크기가 비슷한데 나 보다 곧 커질 거고 그전에 어떡하든 내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이 여자가 방해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저렇게 나를 따라다니며 독한 냄새가 나는 것으로 닦고 다니는 거 말고 그럴 시간에 나를 좀 더 안고 있으면 좋을 텐데. 왜 종일 저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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