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서기관 김기남 보건소장
'제51회 보건의 날 및 제75회 세계 보건의 날'을 맞아 공주시 김기남 보건소장을 만났다.
올해 2월 20일은 보건소의 새로운 수장으로 승진 발령을 받은 김소장 개인이 기쁜 날이기도 하지만 공주시에 첫 여성 서기관이 탄생한다는 역사가 쓰인 날이기도 하다.
1989년부터 34년간 성실함과 밝은 태도로 공직사회의 귀감이 되어온 김 소장은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꼽았다. 코로나19 초창기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극에 달하고 확진자는 물론 밀접 접촉자까지 모두 강제격리를 시켜야 했을 때 이 모든 과정엔 보건소가 있었다.
"공주시는 도농복합도시인만큼 농사를 짓는 분들에게 씨 뿌리고 수확하는 시기를 미루라는 건 1년 농사를 버리라는 소리일 수 있습니다. 누가 대신 고추를 따고 소 밥을 줄 수가 있나요. 그 화를 받아내며 직원들이 울기도 많이 울었죠. 농부의 마음도 한편으로 이해가 가고 그래도 법은 지켜야 하니 직원들끼리 서로 다독이고 다시 설득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때로는 소 밥을 대신 줄 사람을 찾아드리려고 관계기관에 협조요청하고 이장님께 전화드리며 도움을 청하기도 했어요."
지금 웃으며 회상할 수 있다는 게 새삼스럽다. 우리가 아니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신념과 책임감이 아니었다면 그 시기를 버틸 수 있었을까. 거기에 시민들의 마음을 함께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는 마음이 바탕이었을 것이다.
보건소장의 업무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어가는 소회를 물었다.
"그동안 주로 외부인사가 보건소장으로 취임하던 것과 다르게 저는 보건소의 역사와 사람들을 잘 안다는 게 지금 시점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도 쉴 수도 아프다 할 수도 없이 책임감으로 버티던 시기가 지나니 이제 직원들이 많이 지친 상황인데 이걸 보듬고 건강한 조직으로 안정시키기 위해서 제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23년 세계보건의 날 주제인 ‘Health For All(모두를 위한 건강)’은 이제 한 사람의 건강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이웃, 더 나아가 인류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함께 돌보아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공주시 보건소는 선제적 예방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달의 감염병 바로 알기 사업’을 실시한다. 또한 김 소장은 고령화를 대비한 치매안심센터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맞이하도록 도와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공주시에서 공직사회의 유리천장을 깬 당사자로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저뿐만 아니라 누구도 여성 보건소장이 나오리라 생각도 못하던 시기부터 저는 꿈을 꿨습니다. '내가 보건소장이라면 이 일은 이렇게 처리하면 좋을 것 같은데, 나라면 이런 보건 정책을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을 놓지 않았어요. 내 꿈의 한계를 다른 사람들이 정하게 두지 마세요. 나만의 꿈은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2023년 4월 7일 인터뷰 (충청인사이트 정종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