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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스막골 Aug 02. 2023

금산간디학교에서 평화와 타협의 시대를 논하는 청소년들

1997년 우리나라에서 대안교육운동을 최초로 시작한 산청의 간디농장, 산청간디학교와 함께 충남 금산에서 20여 년 대안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금산간디학교를 찾았다.

간디학교는 금산 숲 속 마을의 안전한 공간에서 다양한 교육적인 기회와 자신의 성장속도에 맞는 새로운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의 자기 발견과 성장을 가까이서 돕는다.

금산간디학교의 첫인상은 어둡다. 서늘하다. 그래서 당혹스럽다가 실내에서 외투를 입고 신나게 떠드는 아이들을 발견하면 슬슬 마음 한 구석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한다.

이 학교를 좀 더 알고 싶어서 4월 7일을 디데이로 잡았다. 이런 모습이 기본값인 학교에서 하는 환경 교육은 어떨지 궁금했다. 기후정의활동가인 송순옥 씨의 강연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러나 간디학교의 진정한 모습은 강연 후에 나타났다.

교무실에서 기자와 간디학교 선생님과 방금 강연을 마친 송순옥 활동가가 자리에 앉자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드나들었다.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즉석에서 선생님의 추천을 받은 학생과 지나가다 강연자에게 궁금한 게 많은 학생이 합류했다.

결국 인터뷰 방향을 바꿨다. ‘평화’와 ‘타협’의 시대를 논하는 두 학생의 이야기만으로 간디학교가 어떤 학교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최예준 (금산간디학교 고등과정 3학년), 김도훈(금산간디학교 고등과정 3학년)


Q 평소에 환경에 관심이 많나요?


김도훈 중학교 때까지는 관심이 없었어요. 저는 비건이라는 단어도 고등학교 들어와서 처음 들었어요. 고등학교에서 ‘지구를 지키는 청소년(지지청)’이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기후위기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고 1학년 하반기부터는 채식도 시작하게 됐어요.


최예준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보겸이라는 유튜버가 마녀사냥을 당하는 걸 보고 페미니즘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반대도 알아야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 덕에 극단적인 이분법으로 갈라져서 싸우는 건 일부라는 걸 알게 됐어요. 


Q 자신의 관심 분야를 위해 따로 활동도 하나요?


김도훈 저는 평소에도 가능한 환경단체들도 만나고 책이나 영화 등 환경 관련된 것들을 찾아 스스로 공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비건을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됐고, 동물권까지 관심 분야가 넓어진 계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올해 1월에는 학교에서 연결해 주셔서 제주에 있는 핫핑크돌핀스에서 5주 동안 인턴쉽을 다녀왔어요. 작년 11월에는 미리 방문해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고요.


최예준 저도 함께 인터뷰를 다녀왔어요. 그렇지만 저는 좀 더 현실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얼마 전에는 비건 페스티벌에 다녀왔어요. 단순히 제가 비건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보다는 산업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대체육을 만드는 회사들이 비전이 있는지가 궁금했어요. 돈이나 물질도 무조건 경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친구들이 정치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작년 기말 프로젝트 발표 시간엔 정치 과목 개설을 요구했어요. 


Q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생각하는 게 있나요?


김도훈 아직 대학을 가겠다. 어떤 전공을 하겠다고 정하진 않았어요. 그렇지만 제 인생의 목적은 있습니다. ‘평화’에요. 평화로 가는 길에 있는 여러 과정들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요. 평화운동, 소수자, 약자 등에 관심이 많아서 앞으로도 다양한 단체와 활동들을 접해보려고 합니다.


최예준 저는 지금이 ‘타협의 시대’라고 생각해요. 기후위기 문제도 무조건 탈핵만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여러 요인들을 살펴보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검정고시에서 가능한 높은 점수를 받는 게 목표예요. 대학이나 전공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선택의 폭을 넓히고 싶어요. 장래에는 부자가 돼서 경제적인 자유를 획득하고 싶고요. 돈을 경시하기보다는 많이 벌어서 잘 써도 괜찮지 않을까요? 


* 핫핑크돌핀스는 2011년 한국에서 최초로 수족관 돌고래 해방운동을 시작한 해양환경단체이다. 돌고래를 통해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알린다.



2023년 4월 14일 충청인사이트 정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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