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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스막골 Aug 02. 2023

‘캘리그라피 하는 유치원 선생님’ 김미정


김미정 씨는 '공주는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공중목욕탕' 같은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편집자주 : 쇠락해 가던 원도심이 전국에서 손꼽히는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공주시 제민천 주변 원도심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러나 여기 모인 사람들은 '도시재생'을 하겠다고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각자가 제민천이 좋아서 하나 둘 책방을 열고 공방을 내고 커피를 내리고 공연을 열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민천의 문화와 거기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장소협조 : 공주시 최초의 독립서점 '가가책방'. 2호점인 '가가상점'에서 인터뷰가 진행됩니다.


‘캘리그라피 하는 유치원 선생님’ 김미정


Q : 안녕하세요. 미정선생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미정 : 안녕하세요, ‘캘리그라피 하는 유치원 선생님’ 김미정입니다.

낮에는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저녁에는 캘리그라피 강의를 하며 지낸답니다.


Q : 아~ 그래서 타이틀이 ‘캘리그라피 하는 유치원 선생님’ 이군요. 그럼 요새 많은 사람들이 한다는 N잡러인가요?

김미정 : 하하, 네 맞아요. 둘 다 적성에 잘 맞아서 하루를 이틀같이 촘촘하고 즐겁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Q : 글씨 쓰는 작업이 미정 씨에게 어떤 의미인지궁금해요.

김미정 : 저는 어렸을 적부터 종이의 질감과 색감, 냄새를 좋아해서 서점과 문방구 가기를 즐겼어요. 다이어리 적는 것도 좋아하니 펜과 수첩도 많이 모았고요. 그러다 7년 전 우연히 ‘캘리그라피’를 알게 되었죠. 종이에 글씨 쓰는 걸 좋아하는 저에게 운명적인 취미가 생긴 거죠.


Q :  취미로 시작하셨다고요? 저는 전국곳곳을 다니시며 글씨를 쓰셔서 이게 본업인 줄 알았어요.

김미정 : 취미로 캘리그라피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게 벌써 7년 전이네요. 남편과 두 아들을 재우고 식탁을 책상 삼아 깊은 새벽까지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렸어요. 캘리그라피 엽서를 만들어 여기저기 선물로 주고 다녔어요. 친구들 뿐 만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카페나 미용실, 단골 가게도요. 모두들 좋아했지만, 가장 기쁜 건 바로 저였지요. ‘주는 기쁨’을 알게 되니 인생이 조금씩 더 행복해지더라고요.


Q : 제3자에게 본인을 소개한다면 제민천 마을에서 미정 씨는 어떤 사람인가요?

김미정 : 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긍정적 에너지’, ‘해피 바이러스’가 느껴진다 하시더라고요. 저는 많이 솔직한 사람이에요. 먼저 인사를 하고, 손을 내밀고, 쉽게 무장해제 시켜버리지요. 그런 모습에서 좋은 에너지를 느끼시는 것 같아요.

(실은, 많이 나대고 어설프고 데퉁맞고...... 그렇답니다. 하하)


Q : 미정 씨는 스스로 '공주와 잘 어울린다'라는 표현을 하시던데요.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끼는지 미정 씨가 보는 공주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세요.

김미정 : 저는 대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소도시의 매력에 빠져 산 지 20년째예요. 처음에는 백화점도, 대형마트도 없는 공주가 무척 촌스럽게 생각되었죠. 그러다가 차츰 저는 사람들에게 반했어요. 두 아들을 키우면서 만난 놀이터 동지들과는 매일 부침개도 부쳐 먹고, 공산성으로, 산성시장으로, 도서관으로 아이들 데리고 놀러 다녔지요. 제가 만난 공주 사람들은 모두 속이 따뜻하고 온정이 많았어요.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다 그래요.


Q : 저도 이 점 역시 공감해요. '공주사람들이 좀 순하지'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새로 온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공주에서도 강남과 강북은 교류가 많이 없었는데 원도심 쪽은 어떻게 알게 된 거예요?

김미정 :제 집은 강북이지만 ‘글씨 쓰는 작업실’을 공동운영하게 되면서 매일 금강다리를 건너기 시작했어요. ‘글씨 쓰는 작업실’은 2014년에 생긴 캘리그라피공방인데, 그 당시 가죽공방인 ‘고마 공방’과 함께 제민천의 최초 공방이었죠. 대표인 그료 김향은 선생님이 출산과 육아로 공방 문을 자주 못 열게 된 2019년 즈음, 운자매가 제안을 했어요. “우리와 함께 공방을 운영해 보는 게 어떨까요? 감영길을 활성화시키는데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그료 선생님은 단박에 OK를 했고, 운자매들은 이곳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거렸죠. 함께 공주야행을 준비하고, 공방 앞에서 아트마켓도 열었어요. 매주 클래스를 열고, 전시준비를 하고, 개인 작업도 하지요. 가끔 맛난 걸 먹으며 스몰파티를 열기도 해요. 글씨 쓰는 작업실은 우리 모두의 아지트예요.

게다가 공주 원도심은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으니 약속도 이곳에서, 혼자만의 시간도 이곳에서 보내게 되더라고요. 카페에서 끄적거리고, 갤러리에서 힐링하고, 작은 책방을 기웃대고 제민천의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는 게 저의 소소한 행복이랍니다. 운자매들과 함께라면 더 행복하죠.


Q : 운자매라면 미정 씨 가족들인가요?

김미정 : 아니에요. 우리는 2016년 ‘수미 캘리그래피’ 동아리에서 만난 의자매들이에요. 수미 캘리그래피는 20대부터 70대까지 손글씨를 좋아하는 15명 공주댁들의 모임이에요. 이분들 중에 저희 시어머니도 계신데요. 우리 4명이 잘 어울려 다니니 “너희 너무 잘 맞는데, 자매 맺어라” 고 하시며 각자의 ‘호’를 지어주셨어요. 옥편을 밤새 뒤지시더니 이미 호가 있었던 자운 언니와 어울리게 지운/정운/여운으로 지어주셨지요. 그렇게 우리는 ‘운자매’가 되었답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운자매는 만나면 즐거워요. 취미도 같고 취향도 같으니 우리같이 재밌게 사는 자매들이 또 있을까 싶어요. ‘운자매는 운이 좋아’가 우리의 타이틀이랍니다. 하하


‘수미 캘리그라피’ 동아리에서 만나 의자매가 된 '운자매'와 함께 공주야행에서 아트마켓을 열었다


Q : 여기서 어울리는 질문 하나미정 씨에게 행복이란그리고 인생이란?

김미정: 저는 '현재를 사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이야기해요. 오늘 하루가 인생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오늘을 정말 후회 없게 살고 싶어요. 그 하루하루의 점들이 모여서 인생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말자'라는 명언처럼 오늘 하루쯤 행복을 좇아 ‘즐거움’을 추구해 보면 어떨까요?


Q : 하하저도 공감하는 내용입니다저는 공주가 미정 씨랑 참 어울린다고 생각해요공주는 미정 씨에게 어떤 곳인가요?

김미정 :저는 공주가 ‘공중목욕탕’ 같아요. 탈의실에 들어가면 쭈뼛쭈뼛 부끄러워서 망설이지만 막상 옷 벗고 들어서면 세상 편안한 그런 곳이요. 저에게 공주는 오래된 동네에 있는 목욕탕처럼 제 모든 것을 드러내도, 그저 있는 그대로 품어주고 사랑해 줄 것 만 같아요. 참 다정한 도시예요. 그래서 더 ‘미정스럽게’ 살 수 있는가 봐요.


Q : 요새 새롭게 시작한 일이 있다고 들었어요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김미정 :네, 늦봄부터 ‘공주에서의 일상’을 책으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공주 원도심의 작은 ‘갤러리’에서 느끼는 쉼표 같은 시간들을 아주 작은 책으로 만들고 있어요. 8곳의 갤러리에서 8명의 지인에게 부치는 편지 형식의 글인데요, 공주의 제민천과 작고 예쁜 장소들을 소개하고, 그곳에서 느끼는 감동과 감사를 사진과 글로 작업하고 있어요. 

‘다정한 도시’ 공주에서 ‘행복한 할머니’가 되고 싶은 공주댁의 이야기랍니다.



2023년 7월 5일 충청인사이트 정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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