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상하수도, 인터넷 설치 가능 여부까지 확인하고, 이웃집과의 경계 측량이라는 큰 산을 하나 넘었다면 이제 집을 지어야 한다.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만 이 책에서는 전원주택 설계 잘하는 법, 좋은 자재 고르는 법, 정원 가꾸는 법 등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 평생 나의 시간과 노동력을 투입해야 하는 주택 관리에 관한 것만 짚어보자.
보통 처음 단독주택을 짓는 분들이 하는 가장 큰 실수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려고 해서 생긴다. 돈이 없어서 못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기다리던 집을 짓는데 왜 못하게 하냐고? 꿈은 원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꿈이라고 하는 것이다. 뭐든지 적당히가 필요하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중에는 푸른 잔디밭에 예쁜 꽃들을 심고 너른 데크 위에서 가족들과 바비큐를 하고 밤하늘의 별이 쏟아지는 것을 보는 것들이 있다. 사실 이런 걸 꿈꾸지 않는다면 굳이 시골에 들어올 생각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 이해한다. 그러나 이 꿈 뒤에 치러야 할 것은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다.
가장 크고 꾸준한 문제는 잔디 관리다. 봄부터 겨울에 눈 내리기 전까지 매일 풀을 뽑아야 한다. 정말 매일이다. 그래도 아직 뿌리가 덜 내리고 순이 여릴 때 뽑아야 그나마 쉽지 며칠 묵히면 잡초 뿌리가 깊어져서 잔디에 얽혀버린다. 그러면 잡초 한 뿌리 뽑을 때마다 잔디밭에 구멍이 생기는 걸 볼 수 있다. 그래서 시골 일은 몰아서 하기가 어렵다.
두 번째, 사람들이 쉽게 간과하는 문제는 데크 설치다. 풀 뽑기가 어려울 거 같아서 대신 데크를 넓게 깔았다면 최소한 1, 2년에 한 번씩 오일을 덧바르고 부식된 데크를 보강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게 다 처음에 생각지 못했던 청구서로 날아온다. "풀을 뽑을 것이냐, 데크를 깔고 비용을 감수할 것이냐, 그냥 시멘트를 부어버릴 것이냐."는 그 집에서 사는 내내 고민하게 된다.
자신의 성격과 시간, 비용을 고려해서 아래 사항들을 체크해 보자.
이층집, 한옥
1. 가족 중에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있는가?
2. 가족 중에 노인이 있는가?
3. 가족 중에 곧 노인이 될 사람이 있는가?
잔디
1. 매일 잡초 제거에 쓸 수 있는 시간
2. 잔디 깎기를 쓰겠다면 동선을 고려한 면적 확보
3. 반려동물이 있다면 제초제를 쓸 때의 위험성
데크
1. 오일 바르기, 부식된 데크 보수 등으로 주기적으로 쓸 수 있는 예산
2. 데크 위에 수영장 또는 바비큐 등을 사용할 것이라면 작게라도 수돗가 설치 필수
조경, 나무
1. 주기적으로 전지가 필요한 종류인지 확인 (인건비 발생 가능)
2. 꽃 또는 열매에서 발생하는 알레르기 확인
3. 나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벌레 확인
대략 위의 사항들을 보수적으로 체크해 보고 가능한 나의 건강과 예산에 무리가 가지 않게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 잡초가 발목을 휘감고 데크가 곳곳에서 떨어져 나가고 나무에서 꽃가루가 날리면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주변 동네 분들의 잔소리는 덤으로 얹어서 온다. 내가 감당이 가능한 선에서 충분히 예쁜 집도 짓고 자연도 누릴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