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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스윗 May 26. 2023

하고 싶은 것은 결국 하게 된다.

꿈의 대리만족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이 꿈에 관한 사전적 설명이다.

자기의 능력보다 크게 가진 꿈이라 해도 전혀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런 것이 꿈이니까.

중학생이 될 무렵 내 꿈은 다양했다.

한국무용가도 되고 싶고, 뮤지컬 배우도 되고 싶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성악가도 되고 싶었다.

공부도 못하면서 하고 싶은 것은 많아서 학교 특별 활동 시간에 무용부 활동도 하고, 집에서, 교회에서 노래도 틈만 나면 부르고 다녔다.

그중에서 성악가를 더 꿈꿨지만 나의 성량과 역량은 많이 부족했다.

신께서 재능을 주다 마셔서 연습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예술인을 만들려면 뒷바라지가 엄청 중요한 일인데 집안 사정은 따라주지 못했고, 실력도 부족해 부모님에게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책상에 가만히 앉아 국영수 공부만 잘하면 좋으련만 수학은 초4 때부터 산수를 못해 더하기, 빼기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 그야말로 수포자의 장본인이었다. 그나마 좋아하는 것들까지 다 돈 드는 것들이니 나에게 꿈은 그저 꿈일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무용가이든, 성악가이든 간에 자연스레 꿈은 사그라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현실적인 돈 벌기에 뛰어들어 착실하게 일하는 월급쟁이가 되었다.

가끔 길을 가다 무용학원을 지나치면 자신감이 없어 애잔하게 쳐다만 보고 노크도 한번 못했고, 노래는 그나마 교회를 다닐 때라 성가대 활동을 하며 불러댔다.

결혼을 하고 아이 낳고 기르면서 평범하게 살아가기 바빴고, '꿈은 자면서 꾸는 게 꿈이다'라는 생각으로 한때의 꿈들은 잊어버린 채 세월만 흘렀다.


아이들이 조금씩 크고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서 어느 날부턴가 춤추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고, 아파트 안내판에 붙여놓은 지역구 여성 합창단 단원 모집 전단지가 마음속으로 훅 들어왔다.

"아! 이런 것도 있구나."

"해볼까.."

전단지를 본 순간 내 안의 꿈들이 다시금 용처럼 꿈틀댔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같이 할 친구 한 명 없이 혼자 오디션 곡을 준비했다.

자격 조건 없이 나이제한에 걸리지 않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내게는 큰 도전이었다. 실력도 부족하고 무대 공포증도 있는 편이라 여러 사람 앞에서 혼자 노래 부를 생각을 하니 내 가슴은 어릴 때 좋아하던 남자 친구를 볼 때처럼 '쿵닥쿵닥' 뛰었다.

큰 일을 치른 뒤 나는 당당하게 여성 합창단 단원이 될 수 있었다.

몹쓸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 2년을 목청 터지게 노래 불렀다. 1년에 한 번 있는 정기 연주회를 위해 매주 연습하며 준비했고, 그 밖에 크고 작은 행사들을 간간히 소화하며 합창단원들과 신나게 보냈다.

어릴 때 꿈이었던 성악가는 되지 못했지만 결국 합창단에 들어와서 멋진 곡들을 배우며 부를 수 있었고 못 다 이룬 꿈을 대리만족 하며 보상받을 수 있었다.

내가 나에게 주는 보상이며 도전하지 않으면 결코 얻어지지 않는 꿈의 조각이었다.


꿈은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은 것이라고 사전에서 조차 풀이 되고 있지만 부정적으로 해석하면 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실패를 돈 주고 해 볼 필요는 없어도, 도전해야 실패도 해보는 것이고 그런 실패는 경험이 된다고 한다.

간절히 하고 싶었던 일은 언젠가 뒤늦게라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처럼 중년이 되어서 꿈의 조각이었던 것을 찾아 기쁨을 느껴도 좋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원하고 바라는 일이 계속 끌린다면 포기하지 말고 꿈을 찾아 도전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인생은 너무 금방 간다. 낼모레 50을 바라보니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보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브런치에 글 쓰는 일이고,

두 번째는 중창단 단원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잘하든 못하든 꿈을 향해 도전하는 모습은 아름답게 비친다. 나이와 상관없이 도전은 아름답지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것은 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은 결국 하게 된다.'


사진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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