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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스윗 May 29. 2023

내 몸의 유분기는 어디로 갔을까

사라지는 것을 대하는 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에 있던 기름들이 사라졌다.

좋게 말해 유분이지 찝찝하게 미끌거리던 내 몸의 기름들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학창 시절 누구보다 성장이 빠른 편이었다.

초등 5학년때 월경이 시작되고(그때는 상당히 빠른 편이었다.) 키도 한 번에 훌쩍 커버린 나는 15살 중학교 시절 얼굴에  화산 폭발 하듯 여드름이 분수처럼 폭발했다. 조금이라도 울긋불긋한 여드름을 없애고 싶은 마음에 피부과 선생님 처방대로 수업 쉬는 시간마다 세수하기 바빴다. 머리는 매일 감아도 금세 기름이 끼어 생선 비늘처럼 번들번들 빛났다.

항상 지성 피부였던 얼굴이며 빛나던 모발이 너무 싫었다.


중년이 되어 호르몬약을 복용할 무렵 매일같이 머리를 감아야 하던 상태가 어느 날부터, 아침에 거울을 보면 모발이 별일 없이 안녕했다.

얼굴은 코피지기름이 심하게 번들거릴 정도였는데 무슨 크림을 발라도 예전 같지 않은 유분기가 되었다.


그때부터,

'아, 이게 나이가 드는 것인가'싶은 생각이 선명하게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고 보니 점점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갱년기가 시작되면서 몸의 유분기는 서서히 사라졌던 것 같다.

평소에 샤워를 마치고 바디크림을 바르는 일이나, 얼굴 피부 유수분 관리도 나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들어가는 세월은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앞서갔다.

그렇지 않고서야 전신에 모자란 수분이며 유분이 이다지도 없을 수 있단 말인가.


나의 증상에 따른 대처 방법.

물을 마셔도 자주 목마름이 생겨서 예전보다 더 많이 마신다.

손을 씻으면 핸드크림을 재빠르게 바른다. 안 그러면 건조증이 한껏 심해진다.

머리를 감으면 헤어크림도 반드시 바른다.

전신 바디 크림은 빼놓을 수 없다. 충분히 발라준다.

자기 전, 다시 한번 얼굴과 손, 발까지 크림을 한번 더 바른다.


내가 취하고 있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건조하지 않게 크림을 바르는 일이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온 전신에 계속해서 바르는 것 밖에 없지만 이마저도 안 한다면 피부건강과 모발 상태의 악영향이 심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누구나 알고 있는 물 많이 마시기, 채소, 과일 자주 먹기, 적당한 운동하기는 항상 베이스에 깔고 간다.

이런 당연한 소리는 다 아는 얘기다.


과거에 싫다고 생각했던 것들까지 나이 들면서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이제는 아쉬울 뿐이다.

얼굴 번들거리는 게 싫어 기름종이로 문질러 가며 닦아 내던 젊은 시절,

수학여행을 가든, 친구들과 여행을 가든, 모발의 흐르던 기름으로 항상 제일 먼저 일어나 머리 감았던 나의 과거가 그립고 아쉽게 강물처럼 흘러갔다.

영화 은교의  박해일 대사처럼 '나이 듦은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지만' 있으면 이롭던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나이 들수록 불편한 것이 생겨나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게 사실이다.

되도록 불편함을 덜 느끼게 대처하고 최대한 늦게 맞이할 수 있도록 뒤로 미루는 방법을 찾는 것이 내 몸의 상태를 가꾸는 최선이다.


좋았던, 싫었든 간에 유분기가 몸에서 사라져 가는 것은 안타깝지만 그냥 보고만 있는다고 해결될 리 만무하다. 나름대로 하고 있던 방법을 다시 상기하며, 좋은 향기의 미끌거리는 바디 크림을 예전보다 과할 정도로 많이 바르고,

그보다 좋은 향기의 헤어크림을 충분히 발라 모발의 유분기를 만든다. 음식도 5대 영양소가 들어간 것을 골고루 먹고, 견과류도 잊지 않는다. 운동은 적당히 알아서 한다. (더 잘하자는 스스로의 격려.)

그깟 지저분하던 기름들 더 좋은 기름으로 만들어 버리면 된다.

점점 사라져 간다고 보고만 있으면 집 나간 개가 다시 돌아온 다냐!

 영리한 개는 돌아오긴 하지만

그리워하던 것, 아쉬워하던 것들 다 붙잡고 더 잘해보자. 난 나이 들어서도 곱다는 소리 듣고 싶으니까.

지금보다 갈수록 신경 쓰고 관리하며 노력해야 하지만 할 수 있다를 외쳐본다.

내 몸의 사라져 가는 유분기를 위해 더 분발하자.



* 본문에서 향기를 언급한 것은 좋아하는 나의 취향이며 나이 들수록 적당한 향이 있는 것이 더 나은 영향을 준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 사진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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