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스윗 Jun 21. 2023

내 마음의 진짜는 무엇일까


마음이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른 하루다.

바쁘게 시작한 아침이지만 어느새 저녁이 되니 에너지가 다 됐는지 동굴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밤이 되면 자주 기분이 가라앉는다.

호르몬약을 끊어서 그런 걸까

괜스레 핑곗거리를 찾고 있다.


멀리 계신 엄마에게는 전화도 못하고

밤 시간을 물 흐르듯이 흘려버렸다.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할 때면 배수구로 흘러가는 물들을 본다.

좁은 관을 흐르다 수많은 과정을 지나 이윽고 맑고 청량한 물이 되듯이,

나의 마음도 제대로 알 수 없는 깊고 고독한 감정들을, 물처럼 청량하게 정화되기를 바란다. 


마음속 기복이 심해, 자고 일어나면 상쾌한 날이 있다가도 오늘처럼 무엇인가 그립고 알길 없을 때 속마음의 지하계단은 어디가 끝인지 모를 만큼 계속 내려가려고 한다.


평온한 바다


예전 어릴 때는 푸르른 산이 바다 보다 더 좋아 주변에 항상 '나는 산이 더 좋아'라고 말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바다를 찾게 된다.

끝을 알 수 없는 바다 평선 너머를 바라보는 것도 좋고,

모래를 가져왔다 가져가는 파도를 보는 것도 좋고,

일렁거리며 바닷물이 춤추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도 좋다.

이런 날은 마음도 좋을 때나 그렇다.


가끔 바다는 두 얼굴을 보일 때도 있는데,

날씨가 좋은 날은 겉으로 아무 일 없듯이 평온하다가 태풍이 몰아칠 때면 무섭게 휘몰아치는 파도를 보여주며 무서운 본능을 드러낸다.


두얼굴 바다


두 얼굴 바다가 난 왜 보고 싶어 졌을까

지금의 내 모습이 바다처럼 두 얼굴이 된 걸까

호르몬 반응이 좋은 날엔 평온한 바다가 되었다가,

호르몬이 급격히 떨어질 때면 태풍이 와서 무섭게 파도치는 본능이 드러나는 건가.

글을 쓰면서 나에게 되묻는다.


"내 맘 어떤 게 진짜일까"


스스로 호르몬에게 모든 탓을 덮어 씌우려는 못된 마음이다.


내 안의 두 얼굴이 서로 물고 뜯는 밤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스펙터클하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내 몸의 유분기는 어디로 갔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