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이야기
직장 혹은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에 상사에게 불만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뭐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제 경우 회사생활 10여 년 이상을 하면서 아직까지 불만스럽지 않은 상사를 만나보진 못했습니다. 물론 그 상사들도 저같은 부하직원은 싫었을 것입니다. 업무 지시를 하면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캐묻고 정당한 일이냐, 옳은 일이냐를 따지는 직원이었으니까요.
상사들은 제가 그냥 시키는 거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때론 쟤가 조직의 생리를 잘 몰라서 저러는구나 하고 생각을 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곧 깨닫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저를 참아주고 있었을 것입니다. 흔히들 말하듯 회사생활엔 권력 지향에 따라 라인이 있고 때론 일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그냥 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말이죠. 그런데 저는 아직까지도 이 상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복종 혹은 자발적 충성 문화에 반대하고 있다고 해야할까요. 이 복종 문화가 회사에 있으면서 상사들에게 가장 불만이었던 지점입니다. 회사에 있으면서 언제까지 이런 입장을 고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회사는 마음만 먹으면 저같은 직원 하나쯤 언제든 날릴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도 회사가 지금과 같은 맹목적 복종 문화에서 운영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신념은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회사는 오너의 것도 아니고, 주주의 것도 아니고, 회사를 구성하게 된 모든 직원들의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회사는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망하면 구성원들도 망하는 공동운명체라 생각합니다. 경영자들도 말합니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고. 그래서 저는 회사의 주인으로서 회사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지금과 같은 복종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글에선 복종 문화를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를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실 그건 저도 아직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회사생활을 하면서 충성이라 치장하며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에티엔 드 라 보에시라는 저술가의 표현을 빌려서 그려볼까 합니다. 라 보에시는 16세기에 <자발적 복종에 대하여>라는 책을 썼습니다. 5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복종하는 자들의 속성은 변하지 않았네요.
제가 경험했던 상사들 그리고 여전히 함께하고 있는 상사들의 모습에서 라 보에시가 말한 모습이 상당히 많이 보입니다. 라 보에시는 독재자와 그에게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지만 독재자를 기업의 상사로 바꾸고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사람들을 그 이하 졸개 상사로 바꾸면 제가 경험하는 조직 생활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직장생활을 하는 모든 상사들이 이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제 경험에 기반한 생각입니다.
‘상사는 자신의 곁에서 총애를 구걸하고 자신에게 알랑거리는 사람들을 늘 주시한다. 이 사람들은 상사(혹은 직속상사)가 말하는 대로만 해서는 안 되며, 상사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또한 상사의 요구에 응해야 하며, 심지어 상사의 생각을 미리 알아차리기도 해야 한다. 졸개 상사는 자신들의 상사에게 복종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상사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며, 상사를 위해 자신을 갈기갈기 찢고 들볶고 망가뜨려야 한다. 또 상사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재미있어야 하며, 자신의 기질에 압박을 가하고 자신의 천성을 거부해야 하며, 상사의 말과 목소리, 눈짓, 눈을 주시해야 한다.’
‘졸개 상사들은 당연히 상사 때문에 고통스럽지만, 자신들에게 떨어진 악운을 꽤 잘 견딘다. 졸개 상사들이 이 상황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이 받은 모멸을 누군가에게 돌려줄 수 있기 때문인데, 불행하게도 그들은 자신들에게 불행을 가져다준 상사를 향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처럼 불행을 참고 견디며 어떠한 저항도 할 수 없는 약한 자신들의 부하직원들에게 악습을 그대로 반복한다.’
- 에티엔 드 라 보에시 <자발적 복종에 대하여>를 재구성함 -
이런 상사들을 만나면 부하직원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이 라인에 올라탈 것인가, 그냥 무시하면서 적당히 요구되는 일들을 해주며 직장이 뭐 다 그렇지 하며 살 것인가, 이 구조에 저항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퇴사할 것인가. 각 개인들의 성향에 맞게 가장 편한 길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매일 출근길에 오릅니다.(제가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면^^ 가끔씩 조직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해 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