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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am a stem cell Mar 22. 2018

마름이 되기 위하여

오너에게 가까이 더 가까이

김홍도는 농촌에서 추수때 타작하는 모습을 <타작도>에 담았다. 땅을 가진 지주 아래서 대신 농사일을 하던 소작인들은 타작을 하고 있고 선비차림을 한 마름은 자리를 깔고 비스듬히 누워 소작인들을 지켜보고 있다.


땅을 직접 일구지 않고 소작인들에게 임대하고 땅 임대료와 땅에서 나오는 수확물까지 챙겼던 지주들. 이들은 소작인 관리를 위해 마름이라는 중간 관리자를 고용했다. 마름은 지주의 땅에서 농사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소작인들에게서 임대료를 받아다가 지주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때문에 마름은 주로 지주의 입장에서 대신 노동하는 소작인들을 관리하며 소작인들이 지주의 요구사항 혹은 때론 그 이상을 해내기를 다그쳤다. 때로는 소작인들에게 받은 소작료를 빼돌리거나 혹은 지주가 정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소작인들에게 갈취하기도 했다.


지주가 주된 착취자였다면 마름은 중간착취자라 할 수 있다. 지주가 마름에게 소작인들 관리를 맡겼기 때문에 마름은 소작하는 사람들에게 땅을 나눠줄 수 있는 힘을 가질 수도 있었다. 또한 소작인들의 능력이나 성과를 평가하는데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면 현대사회에는 지주와 소작인의 구조가 사라졌을까? 한국사회에는 지주가 기업 소유자로 소작인은 임금 노동자로 과거의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마름은? 그렇다. 마름 역시 기업들의 중간관리자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삼성, 현대처럼 오너가 있는 기업들의 경우는 오너 아래 경영층부터 말단 중간관리자(팀장 또는 그 아래 그룹 혹은 파트장)까지를 마름이라 할 수 있겠다. 오너가 없는 기업의 경우엔 최고 의사결정권자 아래에 있는 중간관리자들이 마름이다.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급여를 받으며 살아가는 노동자에겐 일터가 내것 같기 어렵다.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일보다는 회사가 시키는 일을 해야만 한다. 물론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제공하는 노동과 그 대가가 마땅하느냐 아니냐는 회사에 따라 각 개인의 생각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오너 혹은 최고경영자 입장에선 고용한 직원들에게서 최대의 효율을 얻고자 한다. 규모가 있는 기업의 경우엔 직원들 관리를 위해 중간관리자를 둘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 중간관리자인 마름들과 직원들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개인 역량에 따라 차이가 생기게 되지만 마름들 역시 오너 혹은 최고의사결정권자와의 거리에 따라 계급이 형성된다. 일반적으로 회장-부회장-사장-부사장-전무-상무-(이사)-팀장-(그룹장 혹은 파트장) 등으로 피라미드 모양으로 마름 그룹이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노동자들도 자신의 의지에 따라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진다. 계속 노동자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과 마름 그룹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지만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힘이 주어지는 마름의 자리가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때문에 직장에서도 이 마름자리 쟁탈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곤 한다.


마름들은 그 윗 마름들의 지시를 성실히 이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의중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마름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면서 더 상위 그룹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조직이라는 공동체의 유지 혹은 성장이 그들의 관심사가 될 수는 없다. 물론 자신들의 관리하에 있는 노동자 혹은 직원들에게는 비전이니, 회사의 미래니, 직장에서의 자아실현이니, 자부심이니 등의 것들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들도 알고 그들의 관리하에 있는 직원들도 안다. 그럴리가 없다는 것을.


마름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다음 번엔 현대 사회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마름들의 유형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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