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별 Aug 10. 2022

스위스에서 누렸던 것들 - 1

7박 8일 스위스 여름휴가 이야기  -  탈것의 다양함

 바야흐로 지금은 여름휴가의 시기이다. 영국에 온 이후 첫번째 여름휴가, 이렇게 길게 쉴수 있는 건 한국이나 영국이나 여름휴가 뿐이므로 우린 일찌감치 '스위스'로 휴가지를 정하고 4월쯤 미리 티켓팅을 해놓았다. 스위스는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게 일정을 짜기 가장 힘든 나라였다. 교통편도 생소한데다 이용하는 방법이 어렵게만 느껴졌고, 거기에 내가 스위스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융프라우 산' 뿐이어서 막상 7박 8일이라는 시간동안 무엇을 해야하나 전혀 감이 오지 않았었다. 밀리의 서재에 있는 '스위스 프렌즈' 가이드북과 한국인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이용한다는 동신항운에서 제공하는 가이드북이 일정을 짜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뭐든 하면 할 수록 는다고 했던가, 처음엔 막막하기만 했던 일정짜기도 여러 정보들을 반복해서 보다보니 눈에 점점 익어갔고 그만큼 스위스 여행에 대한 기대는 내 안에 점점 고조되어 가고 있었다. 


지난주 내내 스위스에서 지냈던 시간들이 어느덧 꿈처럼 느껴진다. 스위스는 "자연과 힐링" 이라는 여름휴가 여행 테마와 더할나위없이 어울리는 나라였다. 돌아와서 여행자료들을 정리하고 간단히 기록을 남기다보니 스위스에서만 누릴수 있었던 특별한 것들이 있었다는 걸 새삼 느꼈다. 스위스에 다녀온 브런치는 그 내용을 중심으로 남겨볼까 한다. 



  스위스는 참 다양한 이동수단이 발달되어 있는 나라다. 7박 8일의 기간동안 차를 렌트하지 않았던 우리 가족은 기차를 이용해 도시간 이동을 하고, 산에 갈땐 곤돌라를 탔다. 융프라우요흐를 갈땐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갔고 하더클룸이나 체르마트 수네가에 오를땐 경사가 아주 급해 마치 기차가 서서 오르는 듯한 푸니쿨라를 이용했다. 거기에 유람선을 이용해 호수도 한바퀴 돌았고, 동네 마을버스도 타보았으니... 이만하면 7박 8일 간 대중교통을 알차게 이용했다고 할 수 있겠다.


제네바 국제공항에 내려서 가장 먼저 이용한 교통수단은 '기차' 였다. 제네바공항에서 그린델발트 숙소까지 가는데만해도 세번의 기차를 갈아타야하고 걸리는 시간만 약 3시간 반이 소요되는 일정이라 내심 걱정이 되었었다.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창 밖으로 그림같은 풍경들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때로는 산이, 마을이, 호수가... 

허겁지겁 기차에 올라 긴장된 마음으로 좌석에 앉고보니 역시 무엇이든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걸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다. 창밖으로 계속해서 펼쳐졌던 스위스의 그림같은 풍경은 기차 여행이란 바로 이런것을 두고 하는 말일까 싶게 아름다웠다. 큰 창가 너머로 산과 작은 마을들, 아름다운 색의 호수들이 바뀌어가며 끝도없이 펼쳐져 크게 지루한 줄 모르고 이동했다.

기차는 네명이 서로 마주보고 갈 수 있게 좌석이 되어있다. 우리는 2등석을 이용했는데 굳이 1등석이 아쉽지 않을만큼 쾌적했다. 화장실도 있고 각 좌석마다 휴지통도 있으며 핸드폰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도 있어서 편했다. 가장 좋았던 건 기차 환승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는 것이었는데, 기차에 내린 후 우리가 갈아탈 기차가 출발할 때까지 약 10분정도의 시간이 있어서 크게 기다리지 않고 다음 기차를 바로 이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기차는 모두 정시에 출발했는데 연착과 지연이 잦은 런던의 기차나 튜브를 생각하면 너무 정확해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그린델발트에서 피르스트, 융프라우, 멘리헨 등의 산을 갈때는 곤돌라를 이용했다.

한국에서는 아주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면 이용하기 힘든 케이블카. 남산 갈때 몇번 타본 케이블카는 탈때마다 뭔가 조마조마하고 긴장이 되었었는데 이 스위스 곤돌라는 어떨지. 피르스트에 올라갈 땐 방향까지 바꿔가며곤돌라를 거의 20여분정도 탔었는데 이상하게 하나도 겁나거나 긴장되지 않았다. 두꺼운 줄 하나에 의지해 높은 산으로 올라가는 건 똑같은데... 융프라우요흐를 가는 길에 탔던 아이거 글렛쳐의 경우 최근에 생겨 크기도 크고 뭔가 더 견고한 느낌의 곤돌라였기도 했지만 좀 오래된듯한 곤돌라도 움직임이 매우 안정적이었다. 그리고 스위스는 오랫동안 곤돌라를 이동수단으로 삼아왔으니 뭔가 고장이 나더라도 빠른 대처를 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 한구석 믿음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 것 같기도 하다 ㅋㅋ 곤돌라는 직선으로 달리는 기차와는 달리 우리 가족끼리 편히 앉아 산과 그 주변의 경치를 자세히 볼 수 있게 해주어서 좀 더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유람선은 스위스 도착 다음날, 브리엔츠 호수를 가기위해 탔다(융프라우 vip패스에 유람선 왕복요금이 포함되어 있기도 했다) 유람선은 한강에서 타던 그것과 비슷했지만 물 색깔만큼은 달랐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던 푸른 옥색의 호수물. 빙하가 녹아서 생긴 물이라 저리 아름다울까 생각하며 호수를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브리엔츠로 가는 길 중간에 이젤발트라는 작은 마을이 있는데, '사랑의 불시착' 에서 현빈이 여기서 피아노를 치면서 졸지에 유명해졌다. 그래서인지 한국인이나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이 많이들 내려 저곳에서 줄서서 사진을 찍는다. (막상 가보니 현빈은 왜 저 좁은 곳에 '굳이' 피아노를 놓고 쳤을까.. 싶은 비현실적인 곳이었더라 ㅋㅋ더불어 정말 저것 말고는 크게 볼 것 없는 작은 마을이었다.)

현빈이 피아노를 쳤다는 그곳에서, 나도 한번 찍어보았습니다. 

이젤발트를 구경하고 다시 유람선에 타 마지막 목적지인 브리엔츠로 가서 노젓는 배를 빌려 호수에서 충분히 놀다 인터라켄으로 가는 배를 타고 귀가했는데 유람선 타는 건 좋았지만 배 편이 많지 않아서 배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었고, 게다가 왕복시간도 너무 길어서 기차보다 더 지친 느낌을 주었던 유람선이었다. 이날 하루 유람선을 하도 많이 타서 그런지 자는데도 뭔가 배에 타고 있는 것처럼 몸이 흔들렸다.


반면, 밧줄의 힘으로 오르내린다는 산악열차 '푸니쿨라' 는 영 좋은 기억의 교통수단은 아니었다. 브리엔츠 호수를 갔다가 저녁을 먹고 인터라켄에서 가장 높다는 '하더클룸'에 가려고 푸니쿨라를 탔는데 기차 경사도 너무 심하고 1300m를 단 10분만에 고속으로 올라가서인지 하더클룸에 도착하자마자 급격한 고산병 증세가 느껴졌다. 산 자체의 높이는 다른 곳과 비교했을때 높은 편이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높은 지대를 갑자기 올라 몸이 고도에 적응을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더클룸으로 가던 좁디 좁은 푸니쿨라. 올라가면서 이미 지침

재미있게도 체르마트 수네가 푸니쿨라는 넓고 쾌적해서였는지 별 이상을 못 느꼈는데, 하더클룸 푸니쿨라는 안에 공간 자체도 작고 답답했다. 사람들도 빽빽하게 타 있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크고 넓었던 수네가의 푸니쿨라. 이땐 또 아무렇지도 않았다.




 스위스는 물가가 아주 비싼 나라인만큼 교통비도 정말 억소리가 절로 날 만큼 비쌌다. 그러다보니 여행자들은 일종의 교통 자유이용권인 '스위스패스'를 많이들 끊으시는 것 같다. 우리는 그린델발트의 5박은 융프라우 vip 패스를 끊으면 다 해결되는 일정이었고, 그 외 공항에서 이동하거나 그린델발트에서 체르마트를 이동할 때는 고민끝에 스위스패스 플렉시 3일권(비연속권)을 끊어서 이동했다. 스위스 철도앱으로 구간권 이용료를 검색해보니 우리에겐 스위스패스를 끊는 것이 좀 더 저렴했다. 게다가 스위스패스가 활성화 되어 있는 날은 체르마트 수네가 입장료도 50%나 할인되기 때문에 그린델발트에서 체르마트로 이동하는 날 수네가도 좀 더 싸게 다녀올 수 있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스위스 패스를 끊기보단 철도앱으로 구간권의 정확한 가격을 미리 알 수 있으니 구간권 금액을 잘 따져보신후에 구입하시길 권해드린다. 6개월 전이라면 '세이버패스'로 좀 더 좋은 가격에 이용이 가능하다. 

가기전엔 이 스위스패스때문에 꽤 골치가 아팠지만, 다녀와서 생각해보니 스위스 패스든, 구간권이든...이러나 저러나 스위스 교통비는 정말 상상 이상으로 비싸다. 그러나 기차 배차간격이나 곤돌라 등의 이용 시설들이 어찌나 여행자에게 편하게 셋팅되어 있는지 가격 빼고는 흠잡을 것이 없어보인다. 한편으로 좋게 생각하면, 가격은 비싸지만 스위스패스나 융프라우 vip패스를 끊기만 하면 교통수단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으니 오히려 맘편한 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거금을 들여 스위스패스와 융프라우 vip를 구입했지만, 그래도 기차와 곤돌라, 유람선을 타면서 느꼈던 설레임들은 스위스를 생각할 때마다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어른이어도 이럴때보면 아직 철이 덜 들었는지 우리집 초딩 아들과 수준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하네...

                    

매거진의 이전글 바티칸, 그 빛과 그림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