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로 이 세상을 떠난 어린 아이들의 비보를 들을때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표현만큼 화가 난다. 모자라고 비겁해도 정도가 있지 못난 어른이 그렇게 큰 덩치로 작고 여리고 어린 아이들을 신체적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는 소식은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학대'라는 단어로 뭉뚱그려 설명하기에도 너무 아프다. 상상할 수도 없는 온갖 고문에 가까운 도구들로 아이들을 괴롭히고 결국에는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사람 같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가장 잔인한 생명체가 인간이라는 사실에 난 먹먹한 슬픔을 느낀다.
아동학대는 중대한 범죄다. 반항조차 할 수 없는 생명에게 가하는 충격적인 살인행위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이 '아동학대'라는 단어로 아픈 곳이 또 있다. 바로 학교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학교에서 아동학대로 고소당한 교사들의 이야기를 봤다. 그동안 내가 뉴스에서 접했던 아동학대와는 전혀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교사들의 이야기였다.
내가 어렸을적 만났던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그때의 내게는 키가 크신 남자 선생님이었다. 어린 내 기억속에 반에 한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웠는지 지각도 잦았고 외모도 깔끔하지 못했다. 어느날 교실 앞에서 선생님에게 뺨을 맞은 그 친구가 교실 건너편까지 날아가 떨어졌다. 그때의 공포심이란!! 그리고 촌지라는 것도 공공연하게 주고 받던 시절이었다. 우리 집은 돈이 없어서 촌지를 한 번도 건넨적이 없고 그래서 난 선생님들의 눈밖에서 그렇게 지냈던 것 같다.
중학교 2학년. 쉬는 시간에 교실로 들어오신 선생님 손에는 당구채가 들려있었다. 차고 있던 시계를 풀며 한 친구를 엄청나게 때리셨고 우리반은 영문도 제대로 모른채 책상에 올라가 무릎을 꿇고 단체 기합을 받았다. 복도에서 엎드려뻗치는건 예사였다. 참고로 우리는 여중이었다. 그렇게 맞고 집에 가면 부모님들은 왜 맞을짓을 했냐고 또 혼내셨다. 그래서 학교에서 맞은건 말도 못했다. 지금 기준으로 하면 그 당시 선생님들은 대부분이 아동학대범들이다. 수업 시간에 존다고 출석부 모퉁이로 머리도 맞아봤고 분필도 맞아봤다. 두발단속을 한다고 머리카락도 잘려봤다. 그 시절 학교에서 학생들의 인권은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체육 선생님은 그야말로 변태였다. 여학생들의 목덜미를 조물락 거렸고 팔뚝살을 만지작 거렸다. 느끼한 눈빛하며... 수업 시간에 자신이 성매매 업소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던 선생님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싹 다 성추행범이다. 때리는건 얼마나 무식했는지 야구 방망이, 당구채, 엎드려 뻗쳐 등등. 다양한 고문 방법들이 있었다.
그런 선생님들만 있었느냐? 아니다. 난 감사하게도 좋은 선생님들도 많이 만났다.
초등학교 6학년 급식비를 제때에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웠던 가정형편 때문에 늘 소심하고 조용하던 나에게 담임 선생님은 항상 따뜻하셨다. 중3때 공부대신 돈을 벌어야 해서 실업계를 가려던 나에게 인문계를 권하시며 공부해보라고 격려해주셨던 선생님도 계셨다. 그분덕에 인문계를 갔다. 고3때도 아이들에 대한 애정으로 애써주시던 분을 담임으로 만나 힘내서 살 수 있었다.
지금 학교는 어떠한가?
학생들의 인권이 아주 많이 나아졌다. 너무 학생 인권이 강조되다못해 도를 넘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인권아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정당한 가르침도 '아동학대'라는 프레임을 씌우면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처지가 된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말처럼 정당한 교육 행위였어도 꼽게 보는 학부모가 시비를 걸면 걸리는 현실인 것이다. 참교사는 단명한다는 말이 우스개 소리가 아닌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건 누구일까?
교사일까?
학생일까?
학부모일까?
또라이 교사는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어느 집단 어느 단체에나 이상한 사람들은 있다. 물을 흐리는 사람들. 교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들을 무성의하게 가르치고 애정없는 교사도 있는가하면 여전히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아이들과 씨름하고 사랑하고 애쓰는 교사들이 있다. 우리는 어쩌다가 무너지고 있는 대한민국을 마주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올바른 지도가 무너진 학교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게 될까? 그런 아이들이 자라나 어떤 대한민국을 이루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