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회사에 첫 출근을 했던 그 가을의 날씨는 매우 화창했었다. 모든 게 꿈만 같고 벅차던 그 순간을, 어쩌면 평생 잊지 못할 거다. 분명 모든 걸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날 나를 격렬히 반겨주었던 선배님들은 이젠 오십을 훌쩍 넘는 나이가 됐고, 그때의 부장님들은 이미 퇴사를 하시기도 할 만큼. 순식간에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
나보다 열 살 이상 많은 선배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귀 기울여 들어야 할 교훈이 된다. 그래서 나는 나이 많은 선배들과의 대화가 꽤 즐겁다. 내가 너보다 10년 더 살아보니 느끼게 되더라 하는 일들은, 10년 후 어김없이 찾아오니까.
나도 이미 마흔을 넘겼고
무거운 책임감과 버거운 업무량, 벗어나고 싶지만 다시 무언갈 시작해야 10년 이후가 준비되는 때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다.
남들보다 조금 빨랐던 사회생활은 내게
언제나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앞날을 생각하는 버릇을 기르기에 충분히 고됐고,
오십이 넘어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를 아주 오래전부터 고민 해왔다.
그런데 막상 그게 10년도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조급해진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계획들을 세워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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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앞서,
신이 있다면,
부디 이 어지러운 시국을 이제 그만 멈춰주시기를.
개인사만으로도 충분히 어지러운 우리에게
이제 그만 우리의 일상을 되돌려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