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내 시간만 천천히 가고 있었어.
기숙사 공사장 사고로 많은 난리들이 있었고
한 달 반쯤 됐을까. 이제야 기숙사 짐을 정리하러 다녀왔다.
이런 일이 있을지 모르고 방치해 둔 방엔 뭔가 숨기고 싶은 사생활이 있었던 걸까. 아이에겐 엄마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있어 보였다.
굳이 알려고 들지 말자.
아이에게 먼저 가서 정리할 시간을 주기 전까지
내 아이의 조바심에 많은 감정들이 교차했다.
더 이상 어린 아기가 아니구나.
존중받고 싶은 사생활도 생겼구나.
엄마가 기분 좋을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거구나.
장난기가 발동해서 연애편지라도 있는지 물었더니
엄마도 할머니 온다고 하면 집 청소하잖아. 그거랑 같지 뭐 하는데 100프로 공감이 됐다.
아. 내 아이가 이만큼 컸구나. 많이 컸구나. 이런 말도 할 줄 알고.
혼자 엘리베이터 타는 것도 무서워서 전화하며 올라오던 게 꼭 일 년 전인데. 내 시간만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아이가 점점 자란다.
기쁜 일이다.
때가 되면, 아이와 같이 나도 성장한다.
매일매일, 그로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