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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라고

이럴 땐 진짜 엄마 하기 싫다

by 삶은 달걀

수백 명 듣는 강의에서 명예의 전당 가장 위에 올라 신난 아들이 그 자리를 유지하려고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갔는지

내가 참 많이 잘 안다.

잠결에 받은 문자가 뭐지 싶었는데,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화를 내고 난리가 났다.


나는 분명 만점인데 왜!!! 하면서 전화 좀 해달라고.


전화 연결도 잘 안 되는 학원이고 메시지를 남겼다.

엄만 당연히 네가 빵점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다 맞았으면 잘 이해한 거니 그걸로 됐다. 그런데 넌 좀 억울했겠다.

엄마로서 확인을 해 줄 필요는 있었다.

밀려서 썼다기에 빵점은 말도 안 되는 점수니까.


시간 외 제출이라고 했다. 그래서 영점 처리가 되었단다.

아이는 억울하다고 했다. 걷어간 친구가 왜 자기 걸 늦게 냈냐고 다시 말해달라고 한다. 이게 뭐라고.


정말. 다시 하기 싫은 하소연을 했다. 아이가 자기 잘못이 아닌 것 같아서 억울해하니 점수 정정이 안 되겠는지 물었다.

숙제장 사이에 오엠알 카드를 끼워 넣었어야 했는데

그 규칙을 지키지 않아 빵점 처리가 됐다고 팀장이라는 사람이 직접 전화를 했다. 걷어간 친구가 문제가 아니라 제출할 때 끼워서 내지 않으면 영점 처리 한다고. 앞에서 팀장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아서 영점처리 된 거니, 시키는 대로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그게 영점 처리 규칙인 걸 몰랐던 아이 입장에선 납득이 안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그게 본인 잘못이라고 하니 겨우 받아들인다.

충분히 억울한 마음도 이해는 됐다. 엄마가 인정해! 학원은 학원일 뿐. 이게 뭐라고. 하아.


이럴 땐 진짜, 엄마 역할이 너무 하기 싫어진다.

팀장이라는 사람의 강한 어투가 여전히 거슬리고 맘에 들지 않는다. 사회생활 21년 차인 내가 쿰쿰한 냄새를 참고 있다는 생각은 못하고 있겠지.


아이는 1등을 놓친 속상한 마음에 간식도 제대로 먹지 않고 제대로 뿔이 나있다.

'학교 성적을 그렇게 관리해라 이 자식아'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왔지만.

규칙이었다잖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 되는 거야 :)


졸업하고 도긩쌤 조교 할 거라고 룰루랄라 공부하던 아이 마음이 다치지 않고 좀 더 단단해졌길 바란다.

덕분에 오늘 내 마음도 좀 많이 힘들었나 보다. 이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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