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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달걀 Mar 06. 2017

아들은 3학년

좀 더 천천히 자랐으면.

"엄마, 오늘은 도서관에서 숙제하고 태권도에 갈게요"

아직 열살을 꽉 채우려면 아홉 달이나 남은 우리 아들이 개학 첫 날에 나에게 한 말이다. (숙제란, 집에서 봐줄 수 없는 학교 공부를 대신하는 학습지)

3학년이 되니.. 열 살이 되니, 아이가 부쩍 자란 듯 느껴졌다. 주간학습안내 대신 시간표가 왔고, 통합교과 대신 분할 교과서를 가져와서 책도 부쩍 많아졌다. 1-2학년과는 다르게 학생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느낌~! 12시 40분이면 끝나던 꼬맹이랑은 이제 다르다! 6교시까지 있는 화요일 목요일의 여름 날이란.. 으.. 생각만 해도 끔찍히 덥다.

조만간 발꼬랑내를 풍기며 집에 들어올거고. 거뭇거뭇 수염이 인중을 어둡힐테고. 짐승같은 목소리로 사춘기의 에너지를 발산 할 날이 올 것만 같다. 멋 부리는 꼴만 아니면 어느정도는 다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아직 엄마 늦게 온다고 울먹이고, 품안에서 울고 보채는 아들을 두고 너무 생각이 앞선 것 같다. (역시 생각은 지배하지 못 할 것이 없는 존재임에 아껴두어야 한다는 거. ) 안아줄 수 있을 때, 많이 안아줘야지. 놀아줄 수 있을 때 같이 놀아줘야지. 이야기 나눌 수 있을 때 많이 나눠둬야지. 벌써 10대가 되어버린 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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