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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127일, 새로운 도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심봤다!

by 제니

[투루언니의 육아살림체험기] 아이와 긍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고, 잊고 있던 소중한 일상을 발견하고, 쉼을 통해 다음 스텝을 그려보기 위한 투루언니의 재충전.


<투루언니의 코칭 퀘스천>

Q)내면의 무기력함을 해소하는 방법은 어떤 것인가요?

Q)선택 이후 흔들릴 때 나를 잡아줄 방법은 어떤 것이 있나요?



6월, 이른 여름휴가를 다녀오다


2018 0622(금)
올 해 여름휴가를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 선택한 곳은 ‘괌’이다. 작년 아들의 여권을 만들었으나, 아직 해외에서 뛰어다닐 아들을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아 양'양 솔비치'에 다녀왔었다. 만4세 생일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우리가족(아들포함)의 첫 해외여행지는, 아이들의 천국이라는 ‘괌’으로 결정했다. 항공권과 숙소, 렌터카 등 여행계획을 준비하고 드디어 d-day 5일안에 접어들었다.


하나하나 to-do리스트를 제거해나가다 가장 큰 변수를 만났다.

출발 하루 전, 잘 놀던 아들의 갑작스런 ‘고열’이 그것이다. 첫 해외여행이라 아플까봐 컨디션 관리를 철저히 했으나, 잠들어 있던 아들의 이마를 만진 나는 깜짝 놀랐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지는 이 뜨거움, 뭐지. 곧장 체온계를 재보니 이미 열은 38도를 넘었다. 수요일 저녁 8시경. 우리의 비행기는 금요일 오전 9시 40분인데…그 밤과 새벽에 해열제를 3번 먹이며 겨우 열을 내리고, 다음날 아침 바로 소아과에 갔다.


나: "내일 괌으로 여행 가는데 괜찮을까요?"

의사쌤: “일단 열 감기 시작이고, 지금 끝나는 단계가 아니라 시작 단계라 뭐가 올지 몰라요.
기침이나 콧물도 없고 목은 조금 부었는데…
의사로서는 지금 상태로는 안 가길 권유하나 결정은 어머님이 하셔야죠."


흠…전혀 일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이번 주에 택배가 쉴 새 없이 왔는데,,,물놀이 용품, 필요한 품목 등…비상 상비약까지 구비를 다 마쳤으나, 아이가 갑작스레 감기가 걸릴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여행을 꼭 가야 한다면, 하루 전날이라도 유치원에 보내지 말고 컨디션 잘 관리하라고 이야기해줬다. 오늘 아들 유치원 보내고 하려던 수많은 일들은 일단 물 건너가 버렸다. 휴양지를 맞이해 화끈한 색깔로 손,발 젤네일도 계획하고 있었으나 쌩얼처럼 그저 손,발톱을 바짝 자르고 가는 수 밖에…


혹시 집이 더러워서 그런가 싶어 오자마자 청소를 하고, 죽 끓이고, 짐 싸고, 유치원 상담까지(하필 그날이었다.) 모두 마치고, 겨우겨우 재웠다. 중간중간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39도에서 안 떨어져서…심각하게 여행취소를 고민했으나, 취소 수수료만해도 90만원을 육박해, 아프더라도 가서 아프자는 심정으로 일단 고고고.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아들과 2년 전 제주도에 간 뒤로 처음 타는 비행기다. 특히, 오늘은 우리 아들의 첫 해외여행이자 여권개시일이라는 ‘의미부여’로 폴라로이드 사진도 찍어줬다. 기내에서 보낼 4시간 정도의 시간을 대비해, 노트북에 영상도 남아오고 미술놀이 칼레이도 챙겨왔다. 언제 저렇게 커서 이렇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같이 가게 됐는지, 정말 신기하다.


요즘 같이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어제는 열 내리느라 물수건 등으로 계속 몸을 닦아줬다. 나보고 의사선생님이냐고, 우리 엄마 의사선생님이라고 좋아라 하는 모습에 엄마미소가 절로… 감정표현도 잘 하고 의사소통도 잘 되고 있는 우리관계, 신기하다.


결혼 이후 그간 나의 여행은 ‘책’과 함께하는 여행이었다. 내가 우아하게 책 2~3권 읽을 동안 남편은 아들과 씨름하며 여행지에서 더욱 격한 에너지를 써왔다. 이번 여행은 책을 최대한 줄이고,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이기로 맘 속으로 다짐했다. 이번 여행은 남편의 힐링을 위해 내가 좀 더 움직이자고 스스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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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괌의 하늘은 정말 예술이었다. 셔터만 누르면 작품이 되는 그 곳. 바람, 내음, 공기, 하늘, 햇살, 토양, 그 모든 게 그저 좋더라.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



포기할 때쯤 희망은 솟아오른다


6월 말, 3개월 이상 백수로 지내며 나름의 긍정적 내용을 포장하며 글을 썼지만, 내면에 자리한 불안은 점점 커져만 갔나 보다. 8월까지는 신나게 갭이어를 갖기로 다짐해놓고도 6월 말, 다시 입사원서를 쓴 걸 보니 말이다.(허나 빠른 속도로 서류광탈 ㅎㅎ)


내면의 무기력, 집 안에 있는 것의 답답함, 엄마역할의 불편함, 아내로서의 불만족, 등 여러 가지 이유들로 부정적 감정이 솟아올랐다. 3일에 1번 짜증과, 수시로 미간을 찌푸리며 아이에게 참았던 화를 폭발하는 나를 보며,


“아 이제는 다시 사회로 나가야 할 때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남편은 한 학기를 마치고, 이제 대학원 한 학기가 남은 상태고, 아이도 유치원에 제법 적응해 즐겁게 지내고 있다. 이 집에서 이유 없이 나태, 무기력한 ‘나’빼고. (아마도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여유 있고 몸을 덜 움직이기에 나타나는 증상일거다.)


지난 6월 30일, 11시를 넘어 간신히 입사원서를 넣고 해결되지 않은 마음으로 잠을 자고 일어났다. 7월 1일, 첫 달의 시작을 기분 좋은 이메일로 시작했다. 이전에 신청해 놓은 컨텐츠가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에 연재된다는 소식이었다.


뭐랄까,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이제 다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나의 프로젝트를 연장할 수 있게끔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된 거다.


어딘가에서 본 구절이 떠올랐다. ‘무너질 것 같으면 일어나고…’ 딱 그 격이다.


내면의 불안감과 원래의 목표가 성취되지도 않은 채, 또 다시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했는데, 그 기한을 연장시켜줬다. 고마운 브런치. 할 일이 더 많아지고 갈 길이 구만리지만, 7월은 새롭게 다시 시작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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