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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호더, 좀 버리다!

백수 268일

by 제니

[투루언니의 육아살림체험기] 아이와 긍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고, 잊고 있던 소중한 일상을 발견하고, 쉼을 통해 다음 스텝을 그려보기 위한 투루언니의 재충전.


<투루언니의 코칭 퀘스천>

Q) 오래도록 가지고 다니는 내 안의 <짐>은 무엇인가요?

Q) 정리정돈을 시작해 10개를 버린다면 무엇을 버릴 수 있나요?



#1-정리정돈 중 발견한 나



아들 유치원 보내고 서재방 정리를 시작했다.

미세먼지도 심하고 나갈 기력도 없고....


특히나 추억상자라고 불리는 서랍장에서 15년 전후 추억들이 강제 소환됐다.


종종 버리는 작업을 통해 많이 버려왔으나

절친들과 주고 받은 편지들은 아직도 고이고이 간직하고 있다.


중3부터 친구였던 덤앤더머로 불리던 친구는 미국에 있고 애가 셋이다. 대학시절 베프로 심바성게로 불리는 그 친구는 아직 싱글로 열근중이다.


그들이 썼던 문장들을 카메라로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주니, 그들도 놀라고 나도 놀란다.


그 시절, 수없이 주고받던 편지 속 문장들에 우정이 숨겨져 있다. 자본주의 어른의 관점으론, 쓰잘데기 없는 돈 안 되는 시간 낭비의 짓거리라고 할 수도 있겠다.


허나, 우정은 돈으로 사고 팔 순 없는법. 그런 공들임들이 서로를 탄탄하게 엮어주고 지금까지의 관계를 이어줬겠지.


편지 속 문장들에서의 (나)늘 쾌활하고 밝고 늘 웃고있는 에너지 넘치는 아이다.


그 아이가 여전히 있는지 사라졌는지 잠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들의 문장들을 보며 위안을 받는다.


공통적으로 쓰여진 문장 속 나는 아래와 같다.

(고등학교~20대 초,중반)

ㅡ밝고 쾌활하며 에너지 넘치는
ㅡ유쾌한 미소로 즐거움을 주는
ㅡ유머러스하고 친구가 많고 인간관계 넓은
ㅡ많은 계획 속 엄청나게 바쁨


이런 내 모습을 사람들은 좋아하고 부러워했던듯 하다.


그런데 현재 나를 볼 때 불편함이 올라오는 건

내 스스로가 나의 모습을 저렇게 인식하고 기초세팅 하고 있어서다. 그리하여 그렇지 않고 변한 <지금의 상태>를 스스로 못마땅해 하거나 고치려는 무의식이 올라오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20대에 지나치게 감정을 억압해왔는지도 모르겠다. 실제 리얼 나는 이기적이고 싸가지없고 막말하는 스타일인데 보여지는 나는 밝고 명랑한 캔디처럼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우는 천사처럼 보이고 싶었을지도. 아님 저땐 고초를 덜 겪어서 순수하고 착했을지도.


지금의 나는 외롭고 슬프면 "드럽게 춥고 재수없네."라고 말할지도.


그 또한 나였고, 이 또한 나다.

이 양극의 갭이 전부 나임을 수용하는 훈련이 필요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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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버림의 미학


이번에도 한자 한자 정성껏 보면서 덜 중요하고 이미 많이 지나간 것은 버리게 구분했다.


흘려보내야 한다.

아무리 행복하고 소중했던 시간일지라도.

그것은 이미 지나가고 사라졌기에.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리 괴롭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일지라도.

그것이 실존하는 현재의 삶이기에.


그 간극이 클수록 정신질환이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미세먼지가 사라지면 정신 바짝 차리게 산책이나 해야겠다.


이제 아들 하원하러가자.

현실의 일을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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