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문제는 프리미엄 월정액이었다.

백수 312일. 잠이 안 오는 야심한 새벽.

by 제니

[투루언니의 육아살림체험기] 아이와 긍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고, 잊고 있던 소중한 일상을 발견하고, 쉼을 통해 다음 스텝을 그려보기 위한 투루언니의 재충전.


<투루언니의 코칭 퀘스천>

Q) 도전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인가요?



워킹데드 시즌 1-9까지 달렸다. 누가 과연 좀비인가.


아주 오랜만에 글을 쓴다.

사건의 발단은 12월 초 극심한 감기에 걸리고서부터다.

독감도 아닌데 39도까지 고열이 나고 근육통과 여러 통증을 동반한 목감기는 약물 섭취 및 절대 안정으로 1주일 간 집에서 꼼작 없이 있어야 했다. 어차피 집에서 누워 있을 거, 텔레비전이라도 보면서 누워있자는 마음으로 리모컨을 돌리다가, 예전에 영화 프로그램에서 본 말이 기억났다.


미드의 첫 시작은, 워킹데드라는..그 말...ㅎㅎ 여기서부터다....

워킹데드 시즌1의 1편을 무료체험으로 본 뒤, 단편 구매보단 월정액이 효율적이겠다 싶어 할인 등을 받고 8,000원가량으로 구매를 했다. 그리곤 워킹데드 여정에 돌입했다. 12월 5일 첫 시작. 그리고 1월 1일 시즌9의 상 마무리까지.... 중간에 아들 유치원 방학을 제외하고 3주가량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미드에 빠졌었다.


먹는 것도 대충 먹고, 하루 종일 몸을 움직이지 않고 눈만 움직이고 있으니, 누가 좀비인지 가물가물 할 정도였다.


역시, 모든 사건은 예기치 않은 일들로부터 시작된다.
거창하게 2018년 12월을 마무리하려던 나의 계획은 감기로부터 시작된 미드 완결까지로 뜻하지 않게 흘러버렸다.



연말의 교훈, 평소 틈틈이 체력관리를 하자.




지금 내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은


프리미엄 월정액으로 인해 <원더>라는 가족영화를 봤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휴먼 가족 영화인데 아픈 동생이 주인공이고, 그 주인공을 둘러싼 다른 캐릭터들의 각기 입장에 대해 서술하는 방식의 영화였다.

누나의 4살 생일 소원이 동생을 낳아주는 것이었고, 그로 인해 태어난 아픈 남동생, 그 아픈 아들을 돌보느라 논문을 아직까지 통과하지 못한 엄마까지.


남편과 그 영화를 보고 난 다음날, 아들에게도 동생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 육아휴직이 몇 개월이라도 가능하다면 낳을 생각이 있다고 말했고, 그건 매우 힘든 일이라고 남편은 말했다.


또한, 만약 그렇게 되더라도 감수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도 말이다.


우스갯소리로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은 채 대화는 중단됐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할수록 참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과 출산 이후로 여러 일들과 힘든 고통을 겪으면서도 둘째 고민을 하는 나 자신이 일단 웃겼다.


남편의 육아휴직은 실제 사용하기도 힘들뿐더러, 그 결과 '감수'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 왜 이리 마음이 무겁던지....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은 결혼 & 출산 & 육아를 하느라 감수한 나의 모습이기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내가 원하던 30대 중반의 모습은 전혀 아니다. 그것을 스스로 설득하고 납득시키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아무리 애써도 쉽지가 않다. 번아웃 상태에서의 극심한 소진과 아이와의 애착 불 형성으로 인한 여러 일들로 인해 나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육아 면에서는 나름의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습으로만 앞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어 올해부터는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려고 한다. 아니, 사실 지난가을 이후부터는 꾸준히 구직활동을 했었다. 작년에도 10개가량의 원서를 넣었고, 3곳의 회사의 면접을 봤고 결과는 모두 불합격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불리한 조건이다. 서른 중, 후반의 중간 리더 이상 팀장급 역할을 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나이, 단절된 경력, 기혼에 아들까지 딸린 서류상 쉽지 않은 조건이다.


사실, 한번 한번 도전할 때마다, 그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 가슴에 스크래치가 크게 난다. 애써 괜찮다 위로하지만 데미지가 커질수록 자존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로, 이성적으로 생각해봤는데 둘째는 없다. 당분간 없는 것인지 영원히 없는 것인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은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닌, 나의 일을 다시 시작하고 제자리를 찾는 것이다.


나의 시작을 가로막는 단 한 가지 <비교>, 이제는 그것을 내려놓아야 할 때다.

가까운 지인들이 다니는 좋은 회사, 큰 회사, 이름 있는 회사가 아니더라도,

공무원, 교사 등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더라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의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임신과 출산 후 나는 많은 것을 감수해왔고, 충분히 책임을 졌다.

올해는, 내면의 답답한 갈증을 어떻게든 해결하는 한 해로 보내야겠다.


이제, 갭이어는 끝났다.

다시, 신발끈 단디 매고 달릴 준비를 해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인도문화원, 요가를 시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