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273일.
[투루언니의 육아살림체험기] 아이와 긍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고, 잊고 있던 소중한 일상을 발견하고, 쉼을 통해 다음 스텝을 그려보기 위한 투루언니의 재충전.
<투루언니의 코칭 퀘스천>
Q) 지금, 가장 투쟁하는 분야(역할)은 어떤 것인가죠?
Q) 그것을 좀 더 편안하게 느끼기 위해 시도해 볼 것은 무엇인가요?
12월, 11월의 달력을 뜯으니 마지막 한 장인 12월이 나온다.
이번 달은 특히나 의미심장한 한 달이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이기에 좀 더 의미부여를 해본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건 <내 몸>이다. 작년 초 다이어트 성공으로 제법 마음에 드는 몸을 소유했으나,,,(했으나의 의미는 이미 과거형.....) 집으로 들어온 뒤부터 줄어든 활동량, 불규칙한 식사습관, 폭풍 군것질 등으로 체중이 꾸준히 불었다.
단지 살만 찐 게 문제가 아니라, 움직임이 줄어 근육과 관절이 아프기 시작했고 조금씩 무기력함 같은 정신 증세가 동반했다는 점이다. 이제 귀차니즘의 끝을 붙잡고, 아들친구 엄마의 추천으로 걸어서 20~25분, 버스로 3~4 정거장에 있는 <인도문화원 10주 겨울학기 요가>를 시작했다. 주 3회 월, 수, 금 오전 10시.
아들 등원 시간이 9시 20분인데 매일 지각하는데 마침 잘됐다. 아들 등원시키면서 집 밖으로 규칙적으로 나와서 걸어서 인도문화원까지 가서, 그 뒤 요가...
요가에 큰 의미를 둔다기보다 <규칙적인 습관>에 더 큰 의미를 줬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도 매력적이었고 말이다~
오늘은 첫 수업. 가뜩이나 아침에 분주한데 오늘은 더 분주하다. 역시나 조금 늦어질 것 같아 분주하게 나오려는데 경비실에서는 차를 빼 달라는 전화가 왔다. 지금은 안 된다고 나와 부리나케 아들 유치원으로 보내고 걸어서 인도문화원으로 출발~~~
10시에 수업이 시작됐고, 오늘은 나까지 6명의 수강생이 있었다.
인도 현지인 선생님이 인도 영어 스타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레프트, 라이트도 오래간만에 영어를 들으니 헷갈렸다. 대충 눈치껏 옆 사람 동작 보면서 따라 하기도 하고... 그럭저럭 하다가.. 멍 때리고 있는데 손을 바깥쪽으로 해야 하는데 안 쪽으로 하고 있어서, 나한테 뭐라고 하는 것도 못 알아 들었다.
일반 요가랑 다르게 호흡법이랑 스트레칭을 좀 더 많이 하는 느낌이었다.
동작을 하는데 요가 선생님의 말이 귀에 훅 들어왔다.
대충 영어로... 동작을 하는데 내가 편안한 단계에 머물러라..
더 잘하려고 무리한 동작을 하지 말라는 의미 같았는데 영어로는.. Do not struggle!이라고 표현했다.
'안 되면 되게 하라'에 익숙하게 살아온 나로선 요가 선생님의 말이 꽤 신선했다.
내가 편안한 동작에 머물러라. 다음 동작을 바로 하려고 무리하거나 투쟁하지 말고,
내가 편안한 단계의 상태에 머무르라는 그 말... 어찌나 인상적이던지....
우리네 스트레스의 대다수는, struggle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 케파는 1인데, 목표는 10. 그 갭을 매우기 위한 처절한 투쟁 속 실력은 높아지겠으나, 내면과 육체는 잔뜩 굳어지겠지.
물론, 10의 단계가 좋기는 하겠으나 8에서 10으로 만드는 것과 2에서 10으로 만드는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발생하는 법.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졌다는 엣 말처럼, 서서히... 꾸준히... 그렇게 올라가는 게 몸과 마음에 편하겠지.
어제 다 하지 못하고 싱크대에 가득 찬 설거지를 하며, 빨래를 돌렸다.
나는, 늘 어떤 역할을 하는데 케파는 안되는데 목표는 또 최고라, 스스로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육아, 제안서 작성, 등.... 그런 역할들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고 하다 보면 느는 건데, 나는 시작에 앞서 가장 잘하는 사람을 롤모델로 삼아 나와 비교하니, 자신 없어진 내면은 NO~ 못하는 사람으로 취급한 건지도.
지금 일상에 주어진 작은 일을 하나씩 하다 보면 뭐가 나오겠지.
그런 마음으로 밀린 집안일을 시작했다.
오늘은 12월 3일, 새롭게 일을 벌리기보단 벌려놓은 일을 잘 마무리하자.
2018년 단 12월, 잘 맞이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