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는 기사를 봤다. 물론, 그 기사의 내용은 공감한다.
하지만, 더 나아가 왜 그런 현상이 생겼을까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
연출된 이미지 속으로의 도피라고 할 수도 있겠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부분에 대한 진실을 마주하지 못한 채, 단편적인 이미지를 환상으로 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한 불분명한 정보와 지식을 갖고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을 때, 지나친 긍정성을 부여해 헛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욜로, 소확행, 그 이전의 힐링.... 물론 좋다 이거다.
그러다 그러한 선택의 반대 측면도 명확하게 다뤄야 욜로, 소확행, 힐링을 선택할 때 어떤 환경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뭉뚱그려 어차피 취업도, 결혼도 포기한 세대이기에 지금을 즐겨라~라는 타이틀은 너무나 무책임한지도 모르겠다.
결혼을 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임신과 출산을 한다는 진정한 의미, 임신과 출산 이후 여성의 직업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명확한 통계와 기록.
어떠한 선택 후 책임을 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선택은 언제나 혼란과 실망을 야기한다.
미혼과 기혼의 취업확률과 통계, 기혼 중에서도 '자녀가 있고 없고'에 따른 취업성공 여부에 대한 진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임신 열 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키운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보다 아이가 얼마나 자주 아픈지, 아픈 아이를 케어할 사람이 주변에 있는지,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는지, 아이 양육비가 실제 계산해보면 얼마가 드는지, 출산 후 여성의 몸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심리적으론 어떤 변화를 겪는지. (남성들 또한 마찬가지다. 자녀가 없을 때의 부부 사이와 자녀가 있을 때의 부부 사이에 대해, 자녀가 있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해야 하는지 등....)
그러한 정보가 명확해야지만, 무엇으로의 <도피>로서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힘들면 와이프는 퇴사하고 집에서 육아하라는 것의 현실적 의미는 수입이 3/1 이상 줄면서 지출은 3/1 이상 늘어난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나라에서는 애 안 낳는다고 아우성인데, 그건 본인들 기준으로 도우미 쓰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다. '안'낳는 것이 아니다. '못'낳는 거지.
#2
또 다른 기사를 읽다 보니 <알파걸>, <원더우먼>이 나온다.
30대의 알파걸들은 직장에서는 자책감을, 가정에서는 죄책감을 가진다는 기사 내용이 이상하게도 와 닿는다.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가정에서 죄책감을 갖는 근본적인 이유는 <엄마>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엄마는 이래야 해... 애착은 이래햐애... 엄마가 어떻게 000해.... 엄마가... 엄마가....
그 어디에도 <아빠>는 없다. 아빠는 잘하면 보너스고 못해도 부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아빠니까.
앞으로 우리 이후의 세대들은 엄마의 캐릭터도 다양하다는 걸 보고 자랐으면 좋겠다.
우아하고 따뜻한 말을 차분히 하는 엄마도 있고, 괄괄하고 남성다움 물씬 풍기는 터프한 엄마도 있고, 가정에서 요리하며 인테리어하고 청소하기를 즐겨하는 엄마도 있고, 배달음식 시키고 독서와 일을 더 좋아하는 엄마도 있다는 것을. 그 어떠한 형태의 엄마일지라도 본인을 뱃속에 품고 열 달 동안 함께하며 웃고 울고 키웠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다.
그리고 그 모든 형태의 엄마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존중'받아야 하고 틀리거나 잘못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파걸로 탄생해서 원더우먼이 되지만, 학습된 그 틀에 벗어났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며 한순간에 내리막길을 걷는 사람들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 이미지로 반평생 자신을 돌봐준 엄마를 마음속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란다.
남자들 또한 무의식적으로 본인들의 '상상 속 엄마'의 이미지를 아내에게 투사해, 티 나지 않게 "엄마가 왜 그러냐~"는 식으로 아내를 공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