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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박6일 아들과 베트남여행]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4일 차, 벤탄시장에서 밑장 빼기 당하다...

by 제니

[투루언니의 육아살림체험기] 아이와 긍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고, 잊고 있던 소중한 일상을 발견하고, 쉼을 통해 다음 스텝을 그려보기 위한 투루언니의 재충전.


<투루언니의 코칭 퀘스천>

Q) 방심한 순간 일을 그르쳤던 경험이 있나요?

Q)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방심하지 않기 위한 나만의 노하우는?



친구 킥보드 빌려 타고 자유롭게 고고고~


여행 4일 차, 수요일이다. 오늘은 빈홈 에어비앤비에서의 마지막 날로 체크아웃 후 초대해준 M언니네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침에 아들과 산책 후 아침식사를 했다. 제법 호치민의 더위에동 익숙해진 것 같다.

첫째 날 공포의 화재경보기 사건으로 놀람 가슴을 진정하고, 어느덧 향 냄새도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


여행과 일상의 경계는 익숙함과 익숙하지 않음으로 구별될지도 모르겠다.
뭐든 익숙해지면 '일상'의 영역으로 치부되기에~
여행의 즐거움은 '새로움'에서 오는 '도전정신'과 '두려움'사이의 아찔한 줄타기 일지도 모르겠다.


2시간가량 바쁜 오전 시간을 보내고 서둘러 짐을 싼 뒤 체크아웃을 했다.

내가 묵었던 숙소의 2층 뷔페와, 커피숍, 키즈룸 등을 못 보고 가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여행은 늘 그렇다.
같은 장소, 같은 액티비티를 다시 한다면 더 잘할 것 같은 그런 묘한 느낌.....


▷첫날, 화재에피소드를 가능케 한 건 이곳의 <향냄새>때문이다. 곳곳에 향을 피우는 게 많다.
▷야자나무인지, 제주도에서나 볼법한 저런 나무가 서울에도 있으면 참 좋겠다.
▷여행내 가이드 해준 M언니 딸에게 빌린 킥보드를 타고 마치 동네아이처럼 자유롭게 킥보드를 타는 아들~




맨발로 정글짐 삼매경~~~ 단지 내 아이들 놀기 참 좋구려!


▷빈혼 단지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놀이터랑 정글짐이다. 맨발로도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이곳이 참 좋았다.




아침식사, 주변 식당 무작정 들어가서 주문하기~


▷빈홈 단지내 음식점 중 밥이 있어보여 들어간 멕시칸 스타일 음식점. 8천원 이하에 나름 성공적 아침식사.




벤탄시장의 교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호치민 하면 여행책이나 포스팅 등에 빠짐없이 나온 것은 바로 <벤탄시장>이다. 라탄 등 베트남 기념품이나 가방을 사기 위해 들려야 하는 곳으로, 장사꾼과의 힘겨운 가격협상이 있는 곳이라 부르는 값의 반 이상을 깍지 않으면 손해라는 글을 많이 봤다.


M언니는 사실 추천하고 싶지 않았다고 하지만(나중에 들어보니) 나의 위시리스트인 <벤탄시장>이 첫 여행 장소였다. 날씨가 가장 더웠던 걸로 기억나는데, 날씨는 아이의 컨디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벤탄시장의 시작은 순조롭지 않았다.


나, M언니, 그리고 아들은 서둘러 차에서 내려 벤탄시장 입구로 들어갔다. 한국의 동대문 시장과 비슷해 보이지만 상인들이 더욱 몰려 있고 점포도 더 협소해 보였다. 앉아서 밥 먹는 상인, 지나가는데 한국말로 언니 싸게 싸게~ 아들에게 오빠 멋있다~등의 멘트를 서슴없이 날렸다. 영어로는 핸섬, 뷰티풀 등이 들려오는데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앞만 보고 걸었다.


그제 하나 베트남에서 라탄 가방을 샀는데, 원하는 스타일이 없어서(원했던 스타일은 영화 비포선셋 등 줄리 델피가 옆으로 들었던 그런 천류의 라탄 가방이었다.) 라탄 가방의 성지라고 하는 벤탄시장에 간 거였다.


라탄 가방가게를 가기 전 아들은 입구에서부터 자기 선물도 하나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이미 아들을 달래기 위해 종종 선물을 사줬기에 나는 안되나고 말했지만, 어느 장난감 가게 앞에서 아들은 멈추더니 울먹이며 떼를 썼다. 평소 같으면 안 사줬겠지만, M언니도 있고 날씨는 덥고 아들은 난리 치고....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을 빨리 종결시켜야 하기에 원칙은 무너졌다.


중국산 같은 고장 나보이는 허접한 로봇을 산다고 조르는 아들에게 약간 짜증이 섞인 말투로 알겠다고 하고 8천 원~만원 정도 돈을 주고 장난감을 샀다. 일단 달래는 마음으로 사주고 라탄 가방가게를 연신 찾았다.


벤탄시장은 경계가 모호해서 가방, 화장품, 장난감을 파는 상점을 지나니 커피, 음식, 생선 등을 파는 상점이 나오고 조금 더 가니 좌판을 깐 간이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 장소 다른 아이템 등.... 좀 생소했으나 아들이 있기에 구경할 여유는 없었다.


무더위와 원하는 것을 가진 아들은 빨리 가자고 아우성이었고, 나 또한 당황하기 시작하니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러다 발견한 한 라탄 가방 가게에서 나는 멈춰서 일단 아들을 의자에 앉힌 후 천천히 둘러봤다.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작은 사이즈의 천 라탄 가방이 있어서 나는 흥정을 시작했다.


다소 앳된 보이는 젊은 상인은 한국말을 섞으며 원래 한 개당 50만 동(우리나라 돈으로 25,000원 정도) 정도인데 2개를 사니 80만 동(4만 원가량)으로 주겠다고 한다. 2개 산다고 해서 싸게 부른 거라는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NO, NO라고 말하고 2개에 60만 동으로 디스카운트를 요청했다.


그 상인은, 언니.... 위아 해피.... 오케이 해피 투게더.. 라며 80만 동을 고집했고 나는 비좁은 통로, 앉아서 지친 아들, 옆에 서 있는 M언니 등이 신경이 쓰여 일단 그럼 70만 동까지 하자고 제안했다.


사실, 혼자 갔으면 60만 동에 안 줬으면 안 사고 나오거나 줄 때까지 흥정하는데 아들과 언니가 있으니 서울러 이 현장을 정리하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마음에 들었던 슬리퍼를 덤으로 껴서 70만 동에 주라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젊은 상인은 나보고 '유아 클레이버"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사장한테 물어봐야 한다고 잠시 다녀오더니 묘한 웃음과 함께 OK라고 했다. 나는 나름의 흥정이 성공했다는 생각에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가방 2개와 그린색 슬리퍼를 담아주고는 70만 동을 달라고 해, 나는 지갑에서 50만 동 하나랑 10만 동, 그리고 나머지는 만동 10개를 줬다. 셈에서는 나름 꼼꼼하고 정확하기에 70만 동을 주고 돌아서는데 그 상인이 나를 불렀다.


"언니, 이거 60만 동이야..."


하며 손에 들고 있던 지폐를 보여주는데... 50만 동한장 만동 10개였다.

어... 이상하다.. 나 분명히 70만 동 줬는데.... 그러나 아주 찰나의 순간이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고, 덥고 빨리 가고 싶어 하는 일행들이 있어서 나는 당황하며, "어... 그래? 이상하네 알겠어." 하고 10만 동을 더 줬다.


그리하여 물건을 들고 나오는데 묘하게 기분이 나쁜 거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분명히 70만 동을 줬다..... 아 이거 사기당한 건가... 결국에는 그 슬리퍼를 10만 동에 산거다.


사실 80만 동이라고 해도 우리나라 돈으로 4만 원 즈음 하기에 많이 비싼 건 아니지만, 이건 정직과 신뢰 그리고 관광객의 기분과 하루를 망치는 행위와도 같다.



뭔가 괘씸한 생각에 점심식사 시간에도 못내 찜찜했다.

그런 나를 보고 M언니가 말해줬다.


"아이랑 가기 좀 그래서 비추하려고 했는데 쌤이 너무 가고 싶어 해서요... 뭐든 경험해봐야 하니까요."


그랬다.

호치민에서의 필수 여행지라도, 대부분이 간다고 해도, 어린아이가 있을 때는 믿고 거르는 지혜도 필요하다. 여행은 동반자가 누구냐에 따라 장소와 동선, 액티비티가 달라져야 한다.


나는 벤탄시장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ㅎㅎ


(후에 나의 경험을 이야기하기 흔한 '밑장빼기'라고 한다. 베트남 여행 갈 때 꼭 조심하기를...)

▷ 벤탄시장..아이와 함께 가는 것은 비추로...여기서도 라탄이 뭐길래....ㅎㅎㅎㅎ




타카시마야 백화점 옥상, 찰나의 산책

▷ 타카시마야 백화점 옥상의 모습. 호치민의 풍경이 참으로 멋스럽다~





아름다운 야경과 함께하는 저녁수영


더위 속 강행군을 마치고 밤에 아들과, M언니의 딸은 함께 야간수영을 했다.

아아들 수영 후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M언니의 초등학생 아들에게 두 아이를 부탁하고 스시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오랜만에 자유의 몸이 되어 성인대 성인의 만남시간이 느껴져 수다가 계속됐다.


호치민 에서의 일정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한동안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이 곳의 나무, 냄새, 바람, 햇빛, 그리고 환대해준 M언니까지....

▷ 빈홈 단지내의 수영장, 야간에는 더 멋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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