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결정했다 싶으면 생각나는 '둘째'고민.

왜 인생에서의 고민은 이렇게 끝이 없냐규!!!!!!!!!!!!!!!!!!

by 제니

어제는 양력 생일을 챙기는 친오빠와 음력 생일을 챙기는 아빠의 생일이 같아진 의미 있는 날이었다.

이런 엄청난 날을 기념하려 <가족사진 촬영>을 제안했고, 친정 근처 괜찮은 스튜디오에서 난생처음 가족사진을 촬영했다.


흰색 상의에 청바지 컨셉에 맞춰 온 가족이 의상을 준비해 스튜디오에 도착.

[부모님 컷 & 남매 컷 & 우리 부부 컷& 손주랑 조부모 컷 & 모녀 컷] 등 다양한 컨셉으로 50여 분간 촬영했는데 생각보다 즐겁고 재밌었다. 촬영을 마치고 최종 10컷을 선택하기 위해 다 같이 사진을 보며 고르고 고르는 작업을 했다.


뭔가 친오빠와 남편, 손주까지 함께한 사진을 보니 왠지 모르게 흐뭇한 생각이 들었다.

늘 원수라고 생각해온 친오빠의 존재가 그날따라 왜 이리 듬직하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또 무의식 속으로 밀어 넣어둔 단어가 생각났다.
그 이름하여 <둘째>라는 그 단어.....


놔.... 나는 일에 전념하겠다고 다짐해 육아용품도 다 치우고 그렇게 사업자까지 냈는데, 아직까지도 어떠한 순간 순간에 이 단어가 내 머릿속에 떠오르며, 자꾸만 선택을 강요하는 주제가 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왜 신기하냐면


첫째도 주변의 도움으로 겨우 키웠기에

특히나 초기 양육과 돌봄에 잼병이기에

산후우울증은 물론이고 커리어 단절로 개고생을 했기에

아이와 있을 때보다 내 일을 할 때 더욱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끼기에

첫 아이 낳고 6세 키울 때까지 3번의 이사와 2번의 퇴사를 경험했기에

스스로도, 남들도 나는 육아 체질이 아니기에 하나만 잘 키우라고들 많이 하기에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나는 물론이고 타인들도 하나만 잘 키우려니 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둘째> 생각을 하는 이유는


가족이라는 느낌이 나 또한 4인 가족에 익숙해 있기에(가족의 완성이라는 느낌이랄까...)

내 경험을 통해서도 형제자매가 있으면 단점도 있지만 그 안에서 소통&경쟁을 하며 성장할 수 있기에

부모라는 두 사람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점

나중에 커서, 30대 이후 경조사 등을 함께 공유하며 뿜빠이할 수 있다는 점

삼촌/이모 등으로 불리는 대상이 있고, 추후 조카 등에게도 서로서로 챙겨줄 수 있는 점

나 스스로 섬세하고 부드럽다고 생각하는 첫째가 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외로워하고 심심해하는 첫째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될 수 있는 게 형제/남매가 아닐까 하는 점



주변에서 말리는 이유는


커리어의 단절

하나랑 둘은 그 힘듦이 네 배 차이다.(두배가 아님)

다시 선택한다면 하나만 낳아서, 좋은 것 해주고, 교육하고 올인하고 싶다는 말(경제적 여력)

아무리 주변 사람들이 도와줘도 둘째를 낳는다면 한동안 육아에 전념해야 한다는 점

남편과도 싸울 일이 두배가 아닌 네 배 늘어난다는 점



암튼 저런 이유들로 아마 나는 아직까지 아주 작은 % 의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럴 때마다 이미 둘째를 낳은 다양한 지인들에게 장, 단점을 물어보지만, 나는 안다.

결국 모든 고민과 선택은 내가 해야 한다는 것....ㅠ ㅠ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다시 친정 근처로 이사 가서 둘째 낳는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신중하게 잘 생각해보자는 답이 돌아왔다.

아이들을 유난히 좋아하고 원래 세 명을 낳고 싶다던 남편은, 내가 전업주부 할 거 아니면 하나로 족하자로 바뀐 지 오래.... 그러더니 요사이 둘째 얘기를 조금 하더니 다시 stop.



감당할 자신은 없고, 희생할 포부도 없는데 나는 왜 비논리적, 비이성적으로 둘째를 고민하고 있는가.


누가 시원하게 답해줬으면 좋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등원하는 길, TO-DO리스트가 아닌 친해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