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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Feb 04. 2020

영화 '마더'를 보다.

2009년 5월 28일이 개봉작을 약 11년 뒤 다시 보다.

나는, 모든 '시작'을 응원하고 싶다. 10년 뒤 그 시작이 어떻게 꽃 피울지 모르기에.


사진출처_네이버 무비



어제 오후, 코로나 비이러스와 약간 부은 편도선을 빙자해 하원 전 뭘 할까 고민하다가 본 무료 영화. [마더]

이 영화가 개봉했을 11년 전에는 이십 대의 후반, 미혼인 상태였기에 이 영화를 보고 별다른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그냥 유명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 유명 감독이 만든 영화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괴한 느낌을 받았던 몇몇 장면들이 있었을 뿐이었다.



두 번째 보는 이 영화 [마더].

서른 후반의, 애 있는 기혼의 입장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보니 처음 봤을 때 놓쳤던 다양한 것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영화 제목부터, 김혜자의 캐릭터, 원빈의 캐릭터까지... 많은 것들이 이해가 되었다고 할까?


지나친 모성애와 엇나간 모성애일 지라도 내 자식을 지키려고 했던 김혜자의 모습도 이해가 되고, 엄마에게 만은 안심하고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허물이라도 엄마에게 만은 지지받고 싶은 아들의 모습도 이해가 됐다.

그리고 김혜자의 대사들을 통해, 예전에 엄마가 항상 말한 "엄마 없는 애들이 제일 불쌍해."가 갖는 뉘앙스를 이해할 수 있었다.(물론, 때론 없는 게 나은 엄마들도 있기 마련이다.)


엄마한테만 말해야 해

이 대사가 인상적인 이유는 세상에는 선의를 가진 사람들도 많지만, 악의를 가진 사람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선한 의도를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한 것을 스스로 오해해 악의적으로 퍼트리는 사람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거 몇몇의 사건들을 거치며 왜 내 의도와 다른 해석들, 오해들, 험담, 자의적인 해석 등으로 갈등이 일어나는지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상대방의 잘못이라 생각하기도 했으나 요즘 생각에는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확증편향] 때문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저 사람 어때?"라고 질문을 던졌을 때 나의 의도는 {저 사람의 성격이나 스타일이 어때??]라고 숨은 뜻을 가지고 있는데, 듣는 사람의 경우 본인의 평소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생각의 필터를 거치기에 이렇게 해석되기도 한다.


"저 사람 좋은 사람이야 나쁜 사람이야?"

"저 사람 믿을만한 사람이야 아니야?"

"저 사람 까다로운 사람이야 무던한 사람이야?"


여기서 평소 세상을 보는 틀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 지도 그 필터에 영향을 미친다.

[저 사람 어때]라고 물었을 때 긍정 필터를 가진 사람은 [긍정적 부분]에 초점을 둬서 말하고 [부정적 필터]를 가진 사람은,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어 무의식적으로 대답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결론은 소통을 명확하게 하고 오해를 피하려면 세부적으로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 사람의 평소 성격이 활달한 편이야 내성적인 편이야?"

"저 사람은 어떤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

"저 사람은 처음부터 친해지는 성격이야 시간이 걸리는 성격이야?"


아무튼 그런 생각들을 한 적이 있는데, 김혜자의 대사는 이런 부분을 다시금 상기시켜 줬다.

어떤 이야기를 타인에게 할 때는, 그 사람이 어떤 식으로 그 이야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  둬야 한다.


(그래서 최근 본 책에서는, 적에게 말 못 할 것은 친구에게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사람인지라 절친에게는 지질한 것들까지 다 보이며 위안을 받는 습관이 있는데, 이 부분도 고쳐나가야겠다. 친구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성인이기에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있음을 받아들이기 위함이다.)




두 번째 인상적인 대사는 아래와 같다.

너 엄마는 있니?

아들을 낳아보니, 그 전까지의 나와는 달라진 점을 느낀다. 스스로 이기적이라 꼬리표를 붙였을지언정, 나의 가장 소중한 부분들까지 포기하는 존재가 바로 [자식] 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모성애의 방법이나 스타일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무조건적인, 대가를 바라지 않은(가끔 바래서 서운하기도 하지만;;), 오롯이 아이의 편이 될 수 있는 존재가 [엄마] 아니겠는가.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현실이 팍팍할 뿐 마음은 그러할 것이다.




영화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고, 원빈이 범인이다 아니다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한데(나는 아직도 정확히 범인이 누군지 모르겠다@@) 내가 주목한 것은 등장인물 들이었다.


[배우/제작진]에 등장하는 익숙한 인물들..... 저때도 저분들이 나온 줄도 몰랐는데... 신기하다.

송새벽, 천우희, 이미도, 고규필. 진구, 윤제문.. 등...


그러나, 11년 만에 두 번째로 본 마더에서 더욱 주목한 것은 사진 있는 출연자에도 소개되지 않은 [단역 배우들]이었다.



사진출처_네이버 무비

[단역]

곽도원

(이제 이 이름 석자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아마?)


이정은

(열풍이지 요즘.... 2009년 도에 이 영화에 등장한지도 그때는 몰랐다. 뒤늦게 본 한국영화에 이분이 얼마나 많이 등장했는지 요즘 알아보고 놀랄 때가 많다. 택시운전사에서 유해진 부인으로도 나왔었는데 개봉 당시는 몰랐었다. 다시 보니 이 배우가 보이더라...)


황영희

(왔다 장보리에서 개성 넘치는 영화로 얼굴을 알리시고 후에도 다양한 드라마 등에 출연 중이다. 이 분도 마더에 나왔더라.... 처음 봤을 땐 몰랐었다.)



와..... 어마어마하다.

이 외에도 엄청난 분들이 저 영화에 단역배우로 나왔었다는 것을, 11년 전 나는 인지하지 못했다.


이 분들은, 저 시절 단역임에도 맡은 배역에 충실하며 지금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던 것이다. 누군가 자신을 주목하건, 그러지 않건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그냥 감동이었다.

그래 11년 뒤, 어떤 삶을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더에 등장한 단역배우들처럼 맡은 일에 충실히 해보자!





서른 중반, 나 자신을 찾으려는 목마름과 갈망으로 6개월간 퇴직금 630만원으로 내면아이를 달래주는 프로젝트인 <엄마의 안식년>을 통해,

저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글로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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