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된 열정,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난 나를 짓누르는 '침묵'을 말하게 하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열두 살 때인가. 오직 글쓰기만이 방법인 것 같았죠.
글쓰기는 매번 앞서의 문체를 깨뜨리고 새로운 문체를 창조하면서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에요
난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을 즐겨요. 상황을 통제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기분을, 사람들의 '불안감'은 스스로 자기 인생의 심판이 아니며 원하던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비극의 자각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열정으로 기진하여 말로 털어놓을 기력이 없어서, 글로 쓰기로 결심했죠. 거의 냉정하게
오직 결여와, 연속되는 의미들 속에 숭숭 뚫린 구멍들과, 빈 공간에서만, 무언가가 생겨날 수 있어요.
작가의 고통은 '내부적'인 것이 자연히 '외부적'인 것으로 변화하면서 본래의 힘이 책장 전체로 퍼질 때까지, 우리 내면의 '어둠'을 찾아야만 한다는 것에 있어요. 내가 오직 미치광이들만이 완전하게 쓸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도 바로 그거예요. 그들의 기억은 '구멍 뚫린' 기억이고, 모조리 외부를 향하고 있거든요.
인간 존재는 그저 '단절된 충동'들의 한 묶음일 뿐이에요. 문학은 그 상태 그대로를 복원헤야 하죠
글을 쓸 때 필요한 건 요컨대 '살아있는 것들'을 느끼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