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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Apr 25. 2022

[리뷰] 창작과 농담 by 이슬아

인터뷰집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이슬아 작가는 이름도 예쁘다.

저 나이대에 저런 시도와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니 그러 부럽다.

나 또한 인터뷰를 해왔고, 좋아했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기운이나 에너지를 받는 것을 좋아하기에.


누군가는 책도 고시 공부하듯 보냐고 말한다.

그게 나의 책 읽는 방식이다. 종이 안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즐거운 시간.

일종의 회피의 시간이자 새로운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는 시간이기도 하다.


읽다가 보면 적용할 만한 것들, 내 안에 훅 들어오는 것들 그런 것들이 생긴다.

그 녀석들도 대단한 게, 이 엄청난 지면에 적힌 무수한 단어와 문장들 중 나에게 '선별'됐기 때문이다.

문장 각각의 매력으로 독자인 내 품에 들어 왔기에, 활자는 힘이 세다.

그래서 같은 책을 읽더라도 기억에 남는 문장이나 의미는 주관적으로 달라진다.

(서로 다른 성향의 친구와 같은 책을 읽고 의미 있던 문장들을 나누면서 토론해도 재밌겠다.)


[사진설명] - 김초희 감독의 말 중에서.



그러게 말이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행복을 유보했었다.


'신념'과 '꿈'이라는 단어에 사로잡혀 일상의 소소함을 놓쳤다. 하루하루 충분히 의미와 가치가 있던 시간들인데 말이다. 30대도 뭐 크게 다르진 않다. 아들 낳고 난 뒤에는 '완벽한 육아'를 해보겠다고 엄청난 에너지를 썼으나 정작 잘했는지는 미지수다. 그냥, 돌이켜보면 아들 한번 더 쳐다보고 밝게 웃고 그저 편안하게 키웠어도 되는데. 여기저기 휘둘리며 정보수집 및 다른 부가적인 것들에 에너지를 다 소진해서, 결정적으로 아들과 대면하는 시간에는 효율이 떨어진 것 같기도.


나의 40대는 행복을 유보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독립과 정서적 독립을 이룰 것이며, 기다렸던 때를 맞아 마음속에서 꿈꾸던 것들을 실행할 것이다. 체력 저하로 인한, 피곤하지만 찬란한 40대를 기대한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


#황소윤


설득 과정이란 건 상대의 에너지가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로운지에 달려있기도 하잖아요.

카리스마와 아우라와 보이지 않는 힘에 관심이 많고, 그게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항상 고민해요. 어떻게 하면 그런 게 길러지는 걸까? 어떤 에너지를 품고 살아가야 하는 걸까? 그런 갈망이 저에게도 있어요.



#김규진


상처받지 않는 건강함이 아니라 상처받고 운 뒤에도 다시 괜찮아지는, 그러니까 잘 회복하는 건강함이요.


#장기하


이슬아: " 내 창작도 지금까지와는 달라야 한다. 많은 것을 바꾸어야 한다."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아요.


강요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죠. 대화할 때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거만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설득하는 방법들이 있잖아요.



#강말금 * 김초희


김초희


"영화판에서 일하다가 실직하고 나서 인생이 한 번 바닥을 쳤어요. 늘 바닥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바닥 밑에 반지하가 또 있더라고요. 거기 내려가 보니까 내가 정서적으로 얼마나 미숙하고 독립이 덜 되었는지 알겠는 거야.......'정서적인 독립'이야말로 반드시 살아생전에 해야 할 일이다.


강말금

"며칠 전엔 배두나 씨를 만나서 같이 연기를 했는데요. 제가 원래 두나 씨를 되게 좋아해요. 그분은 항상 주인공이셨고, 연기도 워낙 주인같이 하시잖아요. 현장에서도 주인처럼 관계를 맺으세요. 모든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고 마음을 내어주시죠. 언젠가 저도 그런 품을 가져야 하지 않겠나, 생각을 해요.



김초희


"이 배우만이 해낼 수 있는 기운고 같은 거겠죠. 그 맑은 느낌, 그 단단한 느낌.


연기를 안 하는 동안 겪어온 것들, 그러니까 배우가 살아왔던 모든 시간들이 맡은 배역과 섞여서 폭발하는 거거든요. 그게 카메라 앞에서 물질화되는 과정인 거예요.


내가 뭘 원하는지 직접 경험해보며 알아가는 수밖에 없거든요.

저에게 부귀영화는 다른 게 아니고, 그냥 마음에 거슬림이 없는 상태예요. 사람들은 마음에 거슬림이 없을 때 보통 자각하지 못하거든요.




#오혁


그런데 뭔가 마음에 믿는 구석이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것이 늘 있었고 일을 밀고 나갈 정도의 믿음은 있었어요.

중국에 있을 때는 하고 싶은 걸 거의 할 수가 없었고, 시도해보고 싶은 것도 다 못했기 때문에 그냥 뭔가를 계속 참고 기다렸던 느낌이에요.


언젠가 하고 싶은 거 다 해야지. 하면서 계속 때를 기다린 것 같아요.


결국 모든 걸 사랑으로 대하는 태도, 그걸 계속 시도해야 진정한 사랑과 행복에 가까이 갈 수 있겠구나, 정도가 요즘의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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