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피를 마셨다면 일을 시작해라

by 제니
TV는 현실이 아니다. 현실에서는 커피를 마셨더라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옳다.
_ by 빌 게이츠




26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부푼 꿈을 안고 신입사원으로 첫 출근을 한 투루는 환상에 가득 차 있어요. 그녀의 로망은 드라마 속 여직원들처럼 H라인 정장에 사원증을 목에 걸고 테이크아웃 커피를 우아하게 마시며 걸어가는 거예요. 드디어 투루에게도 기회가 찾아왔어요.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투루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어색함이 몰려오기 시작해 약간의 썩은 미소로 자기소개를 한 뒤 자리에 앉아요. 홍보팀에는 두 명의 여자 상사가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처럼 떡하니 버티고 있어요. 크고 마른 체구의 강 차장은 얼굴만 봐도 주눅이 들어요. 무테안경을 쓴 오 주임은 면접 때 식은땀이 나는 질문을 많이 한 사람이에요. 두 사람의 얼굴만 봐도 첫날부터 파랗게 질려와요. 잠시 심호흡을 해요. 주위를 둘러보니 정적이 흐르고 있어요. 오리엔테이션과 오전교육을 받고 나니 점심시간이 다가와요. 투루는 하트를 뽕뽕 날리며 머릿속으로 로망을 꿈꿔요. 12시가 됐어요. 다같이 일어나 지하 구내식당으로 가요. 메뉴를 고르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워요. 잠시 양 옆을 살피며 뭘 먹을지 망설이다 사수 오 주임이 시킨 걸 따라 시켜요.


점심을 먹으며 호구조사를 당해요. 어디 살고 형제는 몇 명이고 오늘은 어떠냐고 질문을 해대요. 입 안에 경련이 일어나려고 해요. 애써 입 꼬리를 올리며 열심히 대답을 하니 점심식사가 끝났어요. 이젠 커피 마시러 간다고 해요. 순간 입가에 미소가 번져와요.


“뭐 주문하실래요, 손님”

강 차장과 오 주임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어요.

투루도 ‘아메리카노’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지만, 주문하기 0.2초 전 마음이 바뀌어요.

“카페모카요”

“생크림 넣어드릴까요?”

“네.”


생크림이 듬뿍 들은 카페모카를 한 손으로 들고 커피향을 음미하려는 순간 강 차장과 오 주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요. 놀란 가슴에 투루도 따라 일어나요. 상황파악에 나선 투루는 어깨 힘이 바짝 들어가며 긴장을 해요. 두 명의 상사가 사무실로 올라가고 투루도 뒤따라 커피를 들고 사무실로 이동해요. 우아한 커피 한 잔의 여유는 없어요. 이상해요. 드라마에서 본 장면이랑 많이 달라요. 첫날이라 그럴 거라 애써 위로하며 다시 오후 교육을 들어요. 오랜만에 앉아있으려니 엉덩이가 들썩거려요.


저녁이 와도 아무도 집에 가지 않아요. 오! 마이 갓! 여긴 군대인가 봐요. 저녁 10시가 되자 강 차장이 슬슬 일어나요. 그리고 오 주임도 갈 준비를 해요. 눈치를 보며 투루도 짐을 싸요. 그렇게 첫째 날이 지나갔어요.


다음날도 점심을 먹고 커피를 주문해요. 따스한 햇살에 몸을 적시며 긴 머리 휘날리며 걸어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누군가 불러요. 오 주임이에요. 주문했으면 빨리 들고 올라오라는 눈짓을 줘요. 투루는 성질이 치밀어 올라요.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났어요. 커피 한 잔의 여유는 쉽사리 찾아오지 않아요. 가뜩이나 돌출된 투루의 입이 점점 나오기 시작해요. 우아한 신여성을 상상했던 투루는 하루하루 지날수록 유명브랜드 커피보다는 카제인나트륨이 가득한 믹스커피와 친해져요. 책상 위에는 다 먹은 빈 종이컵들이 넘쳐나기 시작해요.


한 달이 지났어요. 졸음에 취한 투루는 옥상으로 올라가요. 잠시 심호흡하며 휴식을 취하고 자리로 돌아오니 이메일 한 통이 날아와 있어요.


“앞으로 자리 비울 거면 보고하고 가세요.”


이런 우라질레이션. 노처녀 강 차장이에요. 기선제압을 하는지 더럽게 무서워요. 하지만 애써 웃으며 다음부터는 조심하겠다고 머리를 조아려요.


[TRUE Message]

1. 커피를 마셨다면 바로 자리에 앉아서 일을 시작하세요 안 그러면 이메일이 날아올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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