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하는 자는 원하는 모든 것을 얻는다.
_ by 벤저민 프랭클린
“강 차장님, 저는 섭외능력이 진짜 좋아요.”
“오 주임님, 저는 무에서 유를 만들 수 있어요.”
신입사원 투루는 하루빨리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어 안달이 났어요. 당당한 거 빼면 시체인 투루는 자신의 뛰어남을 보여주려 하지만 그러기에 회사는 만만치 않아요. 현장에 바로 투입돼 엄청난 성과를 내고 싶은데 자신에게 멋진 일을 맡기지 않는 강 차장과 오 주임을 원망해요.
투루는 아침에 출근해서 웹진 모니터링을 하고 엑셀파일로 특이사항을 정리해요. 지난달 이벤트 신청자 명단을 추리고 상품 발송하고 영수증 처리를 하면 하루가 지나가요. 몇 달째 계속된 반복된 업무에 슬슬 지쳐가기 시작해요. 퇴근 길에 자칭 멘토로 모시는 최 대리에게 도움을 청해요.
“최 대리님, 끝나고 약속 없으면 제 고민 좀 들어주세요.”
“그래.”
역시나 말수가 적은 최 대리는 담백하게 ‘예, 아니오’로만 짧게 대답해요.
“대리님, 저 정말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데 기회가 없어요. 제가 엑셀파일 정리나 하려고 회사에 들어온 건 아니잖아요. 저도 멋진 기획취재로 대박 낼 수 있는데 언제쯤 기회가 올까요?”
투루는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맥주 한잔을 들이키며 최 대리에게 고민을 이야기해요.
“투루야, 자기증명은 입으로 되는 게 아니란다. 회사에서 인정 받으려면 먼저 성실과 노력이 기본이 되어야 해. 입사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투덜거리니?”
돌부처같이 이야기하는 최 대리가 답답해진 투루는 다시 이야기를 꺼내요.
“아니, 성실하고 노력해야 하는 걸 누가 모르나요.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안다고 그저 성실하기만 하면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단 말이에요… 나도 뭔가 잘 해서 대리님처럼 인정받고 싶은데 잘 안돼요.”
“정말 인정받고 싶어? 확실하니? 그럼 내 말 잘 들어.”
비장의 무기를 꺼내 놓는 듯 근엄한 목소리로 최 대리가 이야기를 시작해요.
“그럼 일단 내일부터 투루가 할 수 있는 성과를 내보는 거야. 그룹사 브랜드 중에 가장 친분이 있는 곳에 지속적으로 가서 얼굴 도장을 찍어. 그리고 그 브랜드랑 협업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기획안으로 작성해서 브랜드 담당이랑 미팅을 해. 투루 힘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성사시켜서 강 차장님한테 보여줘. 그럼 강 차장님도 너를 보는 눈이 달라질 거야.”
최 대리의 조언을 들은 투루는 집에 와 씻고 침대에 누워 곰곰이 생각해봐요. ‘어떤 브랜드랑 가장 관계가 좋지?’ 한참을 고민하다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요. 그래 맞다. 스포츠 부서 등산브랜드 ‘허그홈’.
다음 날, 아침 일찍 출근한 투루는 집중력을 발휘해서 파워포인트로 기획안을 만들어요. 얼마 전 스포츠 부서 허그홈에서 사내문화 정착을 위해 주 1회 ‘스포츠 클라이밍’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웹진과 등산브랜드 허그홈과의 연결고리를 한참 고민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완전 대박이에요. 흥분을 감추지 못한 트루는 완벽한 기획안을 들고 강 차장에게 다가가요.
“차장님, 웹진 콘텐츠 부족을 해결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건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은 표정의 강 차장이 투루를 한 번 쳐다봐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자세히 설명해봐요.”
너에게는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는 듯한 무미건조한 말투예요.
“차장님, 제가 스포츠브랜드 허그홈이랑 관계가 좋잖아요? 주 1회 스포츠 클라이밍을 한다고 들었는데 제가 직접 허그홈 옷을 입고 체험한 뒤 콘텐츠로 제작해서 웹진에 올리는 거에요. 그렇게 되면 돈 안들이고 웹진 콘텐츠 부족을 해결할 수 있어요.”
이야기가 끝나고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강 차장이 이야기를 꺼내와요.
”신선한 아이디어네요. 불가능할 것 같지만 할 수 있다면 한번 해보세요.”
젊은이의 똘끼 정도로 생각하는 강 차장이 우선 오케이를 했어요. 투루의 심장이 더 빨리 뛰기 시작해요. 우선 허그홈 마케팅 담당 김 주임을 만나기로 약속을 정하고 기획안을 보강해요.
‘26살 왕초보 에디터의 클라이밍 체험기’를 6편으로 구성해 허그홈 브랜드를 PPL로 간접 홍보해보는 건 어떨까요? 스포츠 클라이밍이라는 소재를 통해 독자의 흥미를 끌어 브랜드 인지도 증가 및 매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이었는지 CEO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처럼 결의에 찬 투루의 설득에 김 주임은 그저 웃으며 ‘부장님께 보고 후 알려드리겠다’고 이야기를 해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최선을 다한 결과에 만족하는 투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요. 그리고 며칠 뒤 김 주임으로부터 이메일 한 통이 왔어요.
“투루씨 안녕하세요. 김 주임입니다. 보내주신 기획안 바탕으로 부장님께 보고드렸더니 괜찮을 것 같다고 진행해보라고 합니다. 이번 주 수요일에 스포츠 클라이밍을 하니 2시까지 본부 1층 로비로 오세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심, 봤, 다!!!! 투루는 이 엄청난 기쁜 소식을 알리기 위해 슬리퍼도 신지 않은 채 강 차장에게 달려가요.
“차장님, 허그홈에서 연락이 왔는데 제 기획안이 괜찮다고 함께 하자고 합니다. 이번 주 수요일 스포츠 클라이밍부터 같이 하자고 메일이 왔습니다.”
“예상 밖이네요. 투루씨가 웹진 얼굴이니까 실수하지 말고 잘 진행하세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는 표정의 강 차장 입가에 미소가 살짝 고여요.
그렇게 투루는 자신의 오리엉덩이가 탄로나는 게 싫지만, 몸을 사리지 않고 쫄쫄이 등산복을 입은 채 스포츠 클라이밍을 체험해요. 그리곤 생생한 후기를 웹진에 올려요. 웹진 콘텐츠는 반응이 뜨거워 최고 조회수를 기록했어요. 허그홈에서는 고맙다는 감사 이메일을 보내오기도 했어요.
몇 주가 지났어요. 추석이 다가와 특별기획을 해야 해 모두가 회의실에 모였어요. 아이디어 회의와 역할분담이 끝나갈 무렵 강 차장이 이야기를 꺼내요.
“이번 추석특집 기획은 투루 씨가 맡아봐요.”
[TRUE Message]
1. 신입사원 때는 복사, 출력 같은 작은 일부터 성실하게 하세요. 성실과 노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 ‘인정’은 저절로 따라와요.
2. 그래도 인정받고 싶다면? 성과로 보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