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지 말라. 오히려 네가 인정받기 위해 굳세게 노력하지 않는 것을 걱정하라. _ by 링컨
투루가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주변에서는 난리도 아니었어요. 키가 작은 게 조금 흠이라면 흠이지만 서구 체형에 귀여운 얼굴을 가진 베이글녀 투루는 예쁘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투루도 예쁘다는 말이 싫지 않아 더욱 스타일리시하게 꾸미고 출근을 했어요.
꽃다운 나이 26살. 대학생 때의 애 티도 벗었고 이제는 제법 성숙미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나이. 투루는 회사에서도 예쁜 여기자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해요.
“투루 씨, 2주간 이번에 채용된 신입사원 연수 기획취재 다녀오세요.”
강 차장이 투루에게 지시를 내렸어요. 2주간 연수원에서 합숙을 하는 건 너무 싫었지만, 또래의 파릇파릇한 남정네들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 투루는 흔쾌히 ‘네.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을 해요. DSLR 카메라와 노트북의 무게로 이미 양쪽 어깨는 축 처졌지만 2주간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말겠다는 투루의 의지를 꺾지 못해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라도 나가는지 투루의 짐은 이민가방 못지 않게 큼직해요.
공기 좋은 연수원에 내려와 짐을 풀어요. 취재를 위한 노트북, 사진기, 수첩과 펜을 챙겨 연수원 대강당으로 내려가요. 인사팀장께 인사한 뒤 맨 앞에 자리를 잡아요. 단체티를 입고 자리에 앉아있는 50~60여 명의 신입사원들을 순간적으로 스캔해요. 오! 마이 갓! 물이 너무 좋아요. 대학을 갓 졸업한 광채나는 피부와 몸 좋은 신입사원들이 군데군데 앉아있어요. 신입사원 명단을 보니 학교는 스카이에요. 저 멀리에는 구릿빛 피부를 가진 시크남이 보여요. 와우! 외국에서 살다 왔대요. 일 하려고 온 투루는 순간 여기가 미팅장소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어요.
정신을 차리고 일을 시작해요.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부터 시작해 직장생활 예절교육, 사내 강사의 강의, 경영진 메시지 등의 쉴틈 없이 계속된 첫째날 프로그램이 끝났어요. 손가락에 불이 날 정도로 미친 듯이 타이핑을 한 투루는 노트북을 끄고 잠시 밖으로 나왔어요. 벌써 깜깜해졌어요.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하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와요
“안녕하세요 기자님, 이거 드세요.”
오! 마이 갓! 아까 눈여겨봤던 2번 귀요미가 커피를 주며 말을 걸어와요.
“아, 네네 고마워요.”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고 ‘나는 너에게 관심이 없다’는 듯한 건조한 말투로 시크하게 대답해요.
“기자님도 2주간 저희랑 같이 지내시는 거예요?”
“네, 아마도요.”
“와, 좋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전 교육 때문에 먼저 들어가볼게요.”
“네네.”
볼을 꼬집어 아픈걸 보니 꿈은 아닌 것 같아요. 가뜩이나 사무실에서 능구렁이 정 부장과 까탈스러운 강 차장 비유 맞추기 힘들었는데 뉴페이스들이 즐거움을 주기 시작해요.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투루는 ‘기자’로 온 걸 잠시 잊고 한 순간 ‘여자’가 되어요.
이튿날, 거리 캠페인에 따라 나선 투루는 신입사원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요. 그러면서 또 한번 스캔을 시작해요. 어제는 멀리 앉아 다 보지 못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새로운 귀요미들이 계속 나타나요. 눈이 큰 3번 귀요미, 옷 발이 잘 받는 4번 귀요미, 미소가 멋있는 5번 귀요미, 동기들을 챙기는 모습이 듬직한 6번 귀요미, 귀공자티가 절로 풍겨나는 7번 귀요미까지… 눈이 호강하고 있어요. 간혹 예쁜 여자들도 눈에 띄지만 ‘나는 너희들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강한 다짐과 함께 패스해요.
일주일이 지나자 웬만큼 신입사원들과 친해진 투루는 1번 귀요미, 2번 귀요미, 3번 귀요미와 연락처를 교환하고 문자를 주고받기 시작했어요.
“기자님, 혹시 남자친구 있으세요?”
“기자님과 함께 연수 받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기자님, 이따 쉬는 시간에 커피 한 잔 해요.”
1,2,3번 귀요미들이 문자를 보내며 작업을 걸어와요. 이 순간 투루는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랑받고 싶은 한 명의 여자예요.
‘1번 귀요미, 2번 귀요미, 3번 귀요미 다 좋은데 누구랑 더 친해지지?’ 학벌이 좋은 1번 귀요미, 시크한 2번 귀요미, 눈이 큰 3번 귀요미 사이에서 갈등하기 시작해요. 신입사원 연수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에요. 연수가 끝나면 셋 중 한 명이랑 꼭 사내커플이 되고 싶은 투루는 욕심을 내 승부수를 걸어요.
“저 커피 좋아해요. 연수 끝나고 커피 한 잔 해요.”
1,2,3번 귀요미에게 동시에 문자를 보내 가장 먼저 답문이 온 귀요미에게 올인하리라 마음을 먹어요.
10분, 20분이 지나도 아무한테도 문자가 오지 않아요. 뭔가 이상한 것 같아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올 때 한 통의 문자 메시지가 와요.
“기자님,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입니다. 지금까지 저희들 어장관리 한 거에요?”
1번 귀요미가 대표로 문자를 보냈어요. 이런, 우라질레이션! 1,2,3번 귀요미가 같은 조인걸 이제야 알았어요. 이놈의 시키들이 문자를 돌려보며 사태를 파악해버렸어요. 한 놈 골라잡으려다 사내에 소문만 돌게 생겼어요.
우울한 기분으로 연수원을 나온 투루는 때마침 사수 오 주임과 마주쳐요. 그룹 연수원에 승진자 교육 취재로 온 오 주임도 취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사수 오 주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연수취재 잘 했어?”
사수 오 주임이 눈을 부라리며 말을 걸어와요.
“네, 뭐 많이 배우고 그랬죠.”
투루는 애써 웃으며 짧게 대답을 해요.
“나도 신입 때 연수취재 왔었는데, 그때 2주간 경영진들 강의할 때마다 명함 드리면서 인사하고 사진 찍고 바로 이메일로 보내드렸더니 굉장히 좋아하셨어. 연수 때의 인연으로 그 뒤 그룹사 행사 때도 많은 도움을 받았고. 연수 취재 같은 때는 같이 온 멤버들이나 강연자 분들과 관계를 잘 쌓아놓는 게 중요해. 그게 바로 경쟁력이야.”
오 주임이 말에 투루의 마음에 드는 생각은, 아뿔싸! 이게 바로 처세의 달인과 투루의 차이점이에요. 2주라는 긴 시간 동안 사내 인맥을 쌓을 절호의 기회를 투루는 어장관리하다 놓쳐버렸어요.
[TRUE Message]
1. 회사에서 인기 많은 드라마 속 여주인공을 꿈꾸다가는 비련의 여주인공이 될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