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마지막 날, 퇴근길 버스 안
봄이 오고 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가 보다.
어색하고 힘겹기만 했던 첫 출근길을 지나
제법 그 흐름과 패턴에 익숙해졌다.
아파트 단지마다, 길거리에서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겨우내 앙상하게 있던 나뭇가지에 하나 둘 꽃이 피어난다.
벚꽃맞이 연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팔짱을 끼고 다정한 걸음걸이와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들을 보자니, 뭔가 낯설다.
한때, 나 또한 봄을 물씬 느낀 때가 있었는데.
상황 때문인지, 세월의 흐름 탓인지 무척이나 건조해졌다.
예전 같으면
"와!!!! 꽃이다!!!!"
하고 호들갑을 떨었을 텐데
이제는 "어, 봄이네" 하는 정도랄까?
변화의 요인으론, 뒤늦은 세상 돌아감을 알게 된 것일 수도 있겠고 조금 더 차분해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중년의 일상이란 대체적으로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인가 보다, 그런 걸로 치면 아직 내면에는 철들지 않은 뭔가가 꿈툴거리고 있으나 체력이 땨라주지 않는다.
2023년도 새 해에 들어서 세 번의 달이 지나가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던 겨울도 이제는 안녕을 고하고 있다.
중년의 나는 '나와 투쟁하지 않는다'
살살 어르고 달래서, 목표 지점까지 잘 데리고 가야 한다. 사탕도 자주 물려줘서 경기를 완주해야 한다.
비록, 그 수준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두그룹이 아닐지라도 내 속도로 꾸준히 끝까지 가야 한다.
선두그룹으로 올라가려고 너무 쥐어짜지도 말고
후발 주자라고 그저 안심하기도 이르다.
모난 부분들이 다듬어져 가고
젊음의 객기가 사그라들며
자연스럽게 하루를 살게 되는 중년의 삶,
제법 나쁘지 않다.
약간의 치열함과
보통의 일상을 잘 믹스해
롱런할 준비를 하자.
무턱대고 전속력으로 질주하다가
무릎이 작살나서 두 배로 고생한다.
Ps 어린 시절부터 나는 버킷리스트를 써왔다.
날이 좋아지면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ㅡ별 보기
ㅡ캠핑
등등 이제 책 그만보고 밖으로 나가서 뭔가를 하고 싶다. 아직, 젊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