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진 걸까, 강해진 걸까.
엄지손가락만 한 바퀴벌레에 대한 이야기다.
날이 습해서인지 그 녀석은 자주 출몰한다.
작년 이맘때 처음 그 녀석을 마주하고는
괴성을 지르며 크게 놀랐다.
어마어마한 크기에, 시커먼 그 색깔에 압도당했다.
속도는 또 어찌나 빠른지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산책을 나오는데 입구에서 시커먼 뭔가가 꿈틀거렸다. 그 녀석이구나. 그런데 나의 반응은 놀래지가 않는다. 아, 쟤 또 왔구나.
오히려 그 녀석이 놀랄까봐 비켜서 나왔다.
지난 일 년 사이 무슨 일들이 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