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에 태어날 걸 그랬다.

by 제니

왜 이렇게 화가나고 억울 한 걸까.

나는 지난 20여 년을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 에너지를 썼다.

시간과 노력, 돈, 다양한 과목을 수강하며 애써 엄마의 히스토리까지 생각하며 그땐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 하며 지난 시간들을 회고하며 이해하고, 또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특히나 엄마와의 관계가 좋은 친구들을 보면 참 부러웠다.

아직까지 결혼 안 한 친구는 아마도 집이 편했을거다. 그리고 엄마가 편했을거다.


오늘 아들의 수학학원 결제 및 첫 수업 안내를 위해서 학교 앞을 갔다.

친구들과 아들이 교문을 나오는 데 나를 보고 놀라는거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인사도 없이 주저하는거다.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었더니 자기도 알 수 없지만 엄마가 부끄럽다고 한다.

사실 동년배 엄마들에 비해 그렇게 외모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부끄럽다라.....

본인도 모르겠다고는 하지만, 내가 학교 앞에 온 것이 부끄럽단다.

(아마 뭔가 기분나쁜일이 있었거나, 그런 것들을 가장 안전하게 풀 대상이 가장 만만한 나였겠지.)


2014년, 애를 낳고 애써 일 하며, 휴직하며, 애 키우며, 경력단절 되며, 어렵사리 아이를 지금까지 양육해왔는데......늘 더 공부하고, 묻고, 노력하고 했는데 허망하다.


왜 난, 아무도 나에 대해서, 내 감정에 대해서 물어본 적도 없고 신경써 준 적도 없는데(먹고 사는데 바빠서라 하겠지만.), 어쩌다 나는, 내 아이에 대해선 묻고 또 물어도 늘 제자리 걸음인걸까.


너무 지친다.

재미가 없다. 여러모로.

그냥, 이제 이것도(잘 키우려고 하는 것) 내려놓아야겠다.


90년대 생들이 참으로 현명한 것 같다 여러모로.

난 역시나 애매한 80년대 생.


아무것도 포기할 수 없어서, 지금까지 이러고 있는건데,

뭘 포기해야 할까?


많이 슬픈 날.

아무도 이해하고 싶지 않다 이제는.


아이도 소중하지만 나도 소중하다.

내 존엄을 훼손해가면서까지 그러고 싶지는 않다. 요즘 애들은 참 소중한 줄 모른다.


자라면서는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자랐는데 이제 아이의 감정 쓰레기통까지 하고 싶진 않다.


노력하는 데 이젠 치쳤다.

그냥 기본만 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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