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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희 Mar 29. 2023

샤오롱빠오, 차라리 직접 만들어 먹을테다!

대나무 찜통 뚜껑을 열면 김이 사악 올라온다. 김이 사라진 자리에 뽀얀 샤오롱빠오가 얌전히 앉아있다. 젓가락으로 샤오롱빠오 하나를 조심히 들어 올려 숟가락 위에 살포시 얹어놓는다. 만두피가 찢어질세라 사알 살! 이제 숨 한 번 고르고 만두피를 젓가락으로 살짝 찢는다. 조르륵 흘러나오는 육즙을 호록 마신다. 구수하고 따듯한 육즙이 입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옛 추억이 스프링 튀어 오른다. 적당히 식었다 싶으면 간장 종지에 담겨 있는 채친 생강 한두 줄 곁들여 입안에 넣는다. “이거다! 이걸 먹으러 여기에 왔구나!” 입안이 살짝 느끼해지면 오이무침 하나를 먹는다. 치킨 먹다가 절인 무 먹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샤오롱빠오를 참 좋아한다. 대만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시기에 즐겨 먹었던 샤오롱빠오를 한국에서는 찾기 어려웠기에 딘타이펑 1호점이 명동에 생겼을 때 너무 기뻤었다. 딘타이펑에 취직할 방법을 알아보기도 했을 정도로.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달라졌다. 한국화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마포에 위치한 ‘정정’ 같은 프랜차이즈 아닌 식당이 생겨 좀 더 쉽게 샤오롱빠오를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배는 불러도 입은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다.


덜 느끼하다. 외국 음식은 어느 나라에서든지 현지화되기 마련이다. 마라탕은 충분히 얼얼하지 않고, 우육면은 충분히 담백하지 않고, 샤오롱빠오는 충분히 느끼하지 않다. 맛이 너무 깔끔하다. 너무 깔끔한 맛이 불만이다. 웨스턴 조선 호텔 ‘홍연’에서 샤오롱빠오를 ‘얻어’ 먹고 “이 집 샤오롱빠오 맛집이네.” 느꼈었다. 풍부한 고기 육즙과 향이 그득했다. 하지만 나 같은 중산층 소시민이 자주 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이참에 직접 만들어 먹어보자 결심했다. 딸아이와 대만 한 달 살이 기간에 쿠킹클래스에 참가했다. 샤오롱빠오와 우육면, 오이무침, 쩐쭈나이차(버블 밀크티)를 만들고, 만든 음식으로 점심을 먹는 프로그램이었다.


샤오롱빠오 만두피 안 육즙의 비밀은 젤라틴이었다. 닭을 푹 곤 국물에 젤라틴을 넣고 냉동을 시킨다. 이것을 잘게 부수어 돼지고기와 섞어 만두소를 만든다. 이렇게 만든 만두에 열을 가하면 육수가 되어 경이로운 맛을 내는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비법은 다진 파와 다진 생강을 면포에 넣고 물에 조물락거려 우려내는 것이다. 파, 생강의 맛이 드라마 배경음악처럼 은은하게 깔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쿠킹클래스에서도 정확히 무게 8g, 지름 9㎝의 만두피를 만들었다. 만두피에 젤라틴을 넣은 돼지고기 만두소 18g를 넣고 딘타이펑과 똑같은 ‘황금 18주름’을 잡았다. 아니, 잡으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샤오롱빠오 7개를 만들고 찜기에서 7분간 쪘다.



직접 만든 우육면과 오이무침을 곁들여 점심을 먹고, 식사 후에 밀크티까지 곁들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직접 만들어 먹으리라는 의욕에 불타 쿠킹클래스에 참가했지만 체험 한 번 한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요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너무 어렵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그냥 앞으로도 맛집을 찾아다니기로 했다. 한국에서 샤오롱빠오 맛집을 찾지 못해도 좋다. 대만을 한 번 더 가는 계기 혹은 핑계가 될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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