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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희 Apr 05. 2023

대만에서도 국내선이 필요해? -송산공항 이야기

타이베이 여행 둘째 날 아침, 와이파이 도시락 배터리가 고장 났다. 전날 저녁 충전해 놓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충전이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와이파이가 없으면 원시인이나 다름없어진다. 고객센터에서 "가까이에 송산공항이 있으니 송산공항에서 기기를 바꿀 수 있게 조치해 드릴게요"라고 했다. 부득이 하루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송산공항부터 들렸다. 


타이베이에는 공항이 2개 있다. 타오위엔공항과  송산공항이다. 일제에 의한 공항 건설-해방 후 민간에 개방-신공항 건설 이후 국내선 중심으로 운영-고속철도 개통 이후 쇠퇴-재정비 후 근거리 중심의 국제선 운행. 김포공항의 역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송산공항도 김포공항과 같은 길을 걸었다.


송산공항은 1936년 일제에 의해 군용비행장으로 건설되면서 역사가 시작되었다. 해방 후 민간에 개방되었다가 1979년에 타오위엔 공항이 생기면서 국내선만을 운행하게 되었다.


"땅도 작은 대만에서 국내선 탈 일이 있어?" 의아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탈 일이 꽤 있었다. 고속철도가 생기기 전까지는! 



대만은 아몬드처럼 위에서 아래로 길쭉한 모양이다. 국토 면적은 남한의 절반도 되지 않지만 위아래로 긴 까닭에 타이베이에서 가오슝까지 거리가 약 350km에 달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가 약 400km이니 남북 간 길이는 큰 차이가 없다. 버스로 이동하려면 꽤 먼 거리이다. 


게다가 송산공항은 타이베이 도심에서 매우 가깝다. 내가 머물던 호텔에서 전철을 타니 네 정거장만에 도착했다. 타이베이 기차역에서는 여섯 정거장이다. 송산공항 역 출구를 나와 과장 하나도 없이 열 걸음만에 청사로 진입했다. "이렇게 접근성이 좋다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버스 타는 것보다도 쉽다. 그래서 2007년 고속철도 개통 전까지는 국내선 이용이 활발했다. 


고속철도 개통 이후에는 김포공항이 그러했듯 국내선 이용자가 급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행기를 이용해야만 하는 지역이 있다. 타이동이 그러하다.


대만은 중앙산맥이 남북으로 뻗어있다. 중앙산맥에는 옥산(玉山 해발 3,952m ), 설산(雪山 해발 3,886m)을 선두로 해발 3,000m가 넘는 산들이 즐비하다. 백두산이 2,744m, 한라산이 1,947m, 설악산이 1,708m이니 태백산맥 저리 가라다. 그래서 철도와 도로가 동서로 가르 지르지 못했다. 현재도 동서를 잇는 도로는 단 4개뿐이다. 그마저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수시로 도로 통제를 한다. 그래서 동남쪽에 위치한 타이동에 갈 때 국내선이 매우 유용하다. 


타이베이에서 타이동까지 기차를 타면 기차 종류에 따라 3시간 45분에서 4시간 22분까지 걸린다. 섬을 빙 돌기 때문이다. 반면 송산공항에서 국내선을 이용하면 AT7이라는 프로러 비행기로 1시간 10분 정도면 충분하다. 송산공항에 타이동 노선이 아직 건재하며 하루에 일곱 차례나 운행하는 이유다.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국내선이 쇠퇴한 것은 사실이다. 


송산공항은 2008년에 재건축을 하여 국제공항으로 새 출발 하였다. 현재는 일본 하네다, 한국의 김포, 중국 상해의 포동과 홍치아오, 하문, 중경을 오가는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코로나 시국 전에는 우리나라의 지방공항과 송산공항을 잇는 노선도 꽤 있었다. 


코로나 직전인 2020년 2월에 했던 딸아이와의 한 달 여행의 시작이 청주-타이중 노선이었다. 출국할 때 작은 공항을 이용하면 이용객도 적고, 출국심사에 걸리는 시간도 짧아서 공항 도착부터 게이트 앞까지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송산공항으로 입국한다면 공항을 나와 호텔까지 30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지방공항과 송산공항을 잇는 항공편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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