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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희 Apr 01. 2022

자녀와의 해외 여행, 성공 노하우

열세 살 딸과의 대만 한달 여행

  “오늘 갈 곳 많으니까, 빨리 움직여!”

  오늘 계획한 코스가 제법 많아서, 밥도 빨리 먹어야 하고, 걸음도 빨리 걸어야 한다. 아이는 이 옷가게에서 더 구경하고 싶은데, “옷은 한국에도 있는데, 뭘 이런 걸 보고 있어?”라며 재촉한다. 이러면 여행 하나도 재미없다. 많이 걸어 피곤한데, 작은 투닥거림이 계속 반복되니 스트레스가 쌓인다. 여행이 즐거울 리 없다. 시간과 돈을 들여왔는데, “역시 아이와의 여행은 힘들어.”, “역시 엄마와의 여행은 짜증 나.”라는 기억만 남았다. 지금 이 순간, 좋지 않았던 그 여행이 떠오르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즐거운 여행, 성공적인 여행이 되는 방법이 있을까? 있다면 무엇일까? 이제 그 노하우를 소개하겠다.


  첫째, 관광 계획은 허술하게 짜자. 

  모든 문제의 발달이 빡빡한 일정이다. 패키지여행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까지 움직여야 왠지 본전 찾는 것 같고, 그래서 몸이 피곤해야 뿌듯하다. 그건 모든 교통수단, 식당을 다 제공해 주는 경우 가능한 일이고,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 패키지처럼 움직이다가는 병난다. 

  가족과 제주도 여행을 갔다고 생각해보자. 아침에 천천히 일어나서 아침 먹고, 10시쯤 숙소에서 나서지 않는가. 해외라고 다르지 않다. 충분히 자고 천천히 일어나도 된다. 아침 일찍 나가봐야 출근하는 사람들 때문에 차만 막힌다. 이렇게 천천히 일어났다면, TV도 보면서 천천히 조식을 먹고 집을 나서자.


  하루 일정은 조식을 제외한 식당 한 곳, 관광지 하나, 체험 하나. 이렇게 단출하게 짜자.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급하게 끼워 넣을 수 있는 장소 하나 정도 더 준비하면 된다. 식당도 꼭 방문해야 하는 식당을 하나 정했다면, 나머지 하나는 이동하는 중에, 배고플 때, 근처에 있는 식당 중에서 눈에 띄는, 또는 맛이 궁금한 식당 하나를 선택에 들어가도 좋겠다. 운에 맞긴 선택이 성공할 수도, 실패하여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행이 끝난 후 성공한 기억보다는 실패한 기억이 더 오래 남는다. 실패가 많은 여행이 성공하는 여행인 것이니 과감히 도전해 보자. 자유여행은 목적지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그곳을 찾아가는 과정이 여행임을 명심하자.

  오전 10시부터 오후 약 7시까지 약 9시간 정도 있는데, 이 안에 식사하고, 이동하고, 정보 찾고, 관광하고, 중간중간 휴식도 충분히 취하고, 간식 먹고, 카페도 가다 보면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그러니 관광 계획은 허술하게.


  둘째,  보는 여행보다는 하는 여행.

  ‘여행’이라고 하면 관람이라고 생각한다. 눈으로 보고 사진을 찍으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패키지여행에서 눈으로 보고 온 북경에 있는 ‘고궁박물관’을 지금 머리에 떠올려 보라. “고궁박물관이 뭐지?” 싶다. ‘자금성’의 정식 명칭이 고궁박물관이어서, 지도에 고궁박물관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내가 직접 찾아간 곳이 아니니 알지 못했을뿐더러, 노란 지붕 외에는 걸어 통과했던 기억만 날 것이다. 여름에 방문한 사람이라면 나무 한 그루 없어 뜨거웠던 기억, 겨울에 방문한 사람이라면 발이 무척 시렸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눈으로만 본 것보다, 걸었던, 뜨거웠던, 추웠던 기억이 깊다. 만약 그 당시 자금성에서 황제의 옷을 입고 “여봐라!”라고 호령했다면, 그래서 여행 동반자와 깔깔 웃었다면 어땠을까?


  바로 이거다. 아이와 같이 쿠킹클래스에 참가하여 샤오롱빠오나 우육면을 직접 만들고, 펑리수나 밀크티 클래스에도 참가하고, 예술단지에 방문했다면 우리나라에 같은 것이 있을지라도 가죽공예도 한 번 해보고, 경극을 보러 갔다면 얼굴에 페이스 페이팅 체험도 하자. 온천도 하고, 도자기도 만들어보자. ‘○○을 보기.’라고 계획을 세우기보다,  ‘○○을 하기.’라는 계획을 세우자. 아이와 무언가를 하면서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보자.


 셋째, 아이의 돈 관리는 직접 하게 한다.

  여행 가기 전부터 여행 경비를 저축하게 했다. 그리고 아이가 여행지에서 기념품, 과자, 음료수, 옷 등을 사고 싶다면 자신의 여행경비로 구입하도록 했다. 물론 가끔은 ‘그런 거 사봐야 집에 돌아가면 책상 서랍 속에 굴러다닐 게 뻔할 텐데...’ 싶은 것들도 있었지만, 가능한 개입하지 않았다. 똑똑한 쇼핑도 실패의 경험이 있어야 가능하니까 말이다.


  이렇게 아이가 엄마가 준 돈이 아니라 자신이 마련한 돈을 소비하게 한다면, 일단 좀 더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된다. 자기 돈이어서 함부로 낭비하지도 않는다. 때로 엄마에게 음료수를 사 주고 생색을 내기도 한다. 아이에게 경제권의 일부를 넘겨주자.


  넷째, 엄마는 여행 가이드가 아니다.

  물론 엄마가 보호자로서 여행중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 엄마가 먼저 경험했던 여행지이거나 익숙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패키지여행의 가이드처럼 교통편부터 식당이나 관광지 선정을 모두 엄마가 하면 안 된다. 


  자신이 했던 패키지여행을 생각해 보자. 친구가 “북경 다녀왔다고? 북경에서 뭐 먹었어? 무슨 관광지 다녀왔어?”라고 물어본다면, 여행 직후인데도 모른다. 자신이 주문하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관광장소가 아니었으므로. 심지어 다녀온 나라 이름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아이도 마찬가지이다. 엄마가 가이드가 되면, 아이는 패키지여행에 따라온 관광객이 되는 것이다. 하루에 식당 두 군데를 가면, 아이가 먹고 싶은 메뉴 하나, 엄마가 하나를 정하자. 관광지 선택 역시 마찬가지이다. 엄마가 하나, 아이가 하나를 정하면 된다. 동선을 고려하여 회의로 정하는데, 아이가 굳이 효율적이지 않은 동선의 장소를 가고 싶다 주장하면, 그 의견대로 해 보는 것도 좋다.


  목적지 근처에서 길 찾는 것도 아이에게 맡겨보자.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 모두가 여행임을 잊지 말고, 여행을 즐길 기회를 아이에게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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