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공포

늘 혼자 주절주절!@#$%?

by 지음 허투루
주절주절!@#$%?



글을 쓰는 게 무섭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고, 한다 하더라도 그래서 어쩌라고 되물어오는 물음에 그냥 그렇다고 대답하기에 수치심 같은 기분이 들곤 합니다.


나의 본격적인 글쓰기 시작은 문학이었습니다. “이었다. “는 과거형 어미는 지금은 하지 않는 상태의 끝의 의미가 아니라, 지금도 종종 하고는 있지만, 딱히 성과나 결과를 내지 못한 습작의 상태를 말하는……. 그마저도 너무 “됐고, 그래서 뭐? 하고 있다는 거야? 안 하고 있다는 거야?”의 뉘앙스가 강합니다.


어쨌든, 문학이 첫 글쓰기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시험지에 답을 적거나 휴대폰 문자 혹은 sns 방명록, 댓글 같은 건 글쓰기에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걸 포함하는 사람도 있냐? 쯧쯧) 일기조차도 써본 기억이 없습니다. 대학에 진학해서, 과제나 과제로 쓴 소설이 첫 글쓰기라면 글쓰기일 것입니다. (아! 어버이날 편지!!!!!! ㅋㅋㅋㅋ)


그러다 보니 뚜렷한 플롯이나 관점 혹은 다른 시각(낯설게 하기) 없이는 좋은 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적나라하게는 “쓰지도 마! 써서 뭐 해? “라고 염려하며, 고민을 거듭하는 게 당시의 배움이었으니. 골치 꽤나 써가며 밤새 벅벅 눈깔을 문지르곤 했습니다. 글을 쓰는 데 목적이 없으면, 그 먼 길을 완주하지 못해. 하다못해 요상한 이유라도 찾아야 했으며, 스스로 확신이 없는 목적 때문에 여러 차례 길을 잃고 헤매곤 했습니다.


이 글(이야기)을/를 왜 쓰는가? 이 질문은 족쇄가 되어 손가락이 주저주저, 엉덩이가 부들부들할 때도. ‘에라 모르겠다. 일단 쓰고 보자!’ 할 때도. 내 무의식에는 그니까 도대체 왜? 란 물음이 숨어 있다가 과속단속카메라처럼 불쑥 나타나곤 하지요.


어차피 내가 뭐 예술을 하려는 건 아니잖아! 마음을 고쳐먹어도 다시 또 엄습하는 그 뭐랄까……. 좋은 글 콤플랙스 같은, 스스로 정한 기준을 미치지 못하다고 생각해 시도조차 없는 나태와 허영이라고 할까! 몸은 사리는 대로 사리고 관찰이나 모험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미령이 발목을 질끈 묶고 있습니다. 나와 같은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글에 대한 선망으로 앞다투며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정글 속 먹이사슬 피라미드 맨 밑바닥을 겨우 면하고 있는 거기, 나 발견!

게으름과 부족함을 합리화하고 핑곗거리로 삼기 위한 모질한 개수작일지도 라는 생각이 뒤통수를 미끄러져 등골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언제였더라 이직을 준비하는 친구에게서 자기소개서에 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다짜고짜 어떻게 쓰는 거냐 친구의 명랑한 목소리에는 ‘당혹’과 ‘절실’이 묻어 있었습니다. 나는 전화기를 귀밑에 대고 정작 1시간을 떠들어 댔지만, 그 친구가 원하는 답을 들려주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냥 네가 주인공인 소설 한 편 쓴다고 생각해.


기입란에 기재할 글만 써온 보고서의 노예에게 소설이 웬 말이냐? 무슨 소설? 당최 "소설"자체를 처음 들어본 말인 양 구체적이고 알아듣기 쉽게 성명을 요구하는 친구의 물음표에 오히려 내가 실어증에 덜컥 걸리고 만 것처럼 아무 말도 못 하고…….ㅜㅜ


일단 써서 보내봐!


한동안 그 친구와 연락이 닿지 못했다는…….

너도 할 수 있다고 쉽게 격려할 수 있지만, 격려는 부담이거나 혹은 아무것도 아닌, 인사치레 같은 서글픔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 그 친구도 느꼈을 것입니다. 잘 쓰면, 두려움이 사라지려나? ‘잘’이란 또 무엇인가? 띄어쓰기 맞춤법? 혹은 내러티브? 모르겠다. 에라이~ 모르겠다.


그 친구는 여태 연락이 없습니다. 친구 하나쯤 아무렇지 않게 잃게 만드는 글쓰기……. 이렇게 무섭습니다.

안 쓰면 되잖아! 같은 결단을 패배감 짙게 칠하는 폄하는 더욱 두렵구요. 그러니 알아서들 하는 건가 봅니다! (이 글의 목적 겨우 찾은 거 같은 울림의 절규)


결국 잘하는 애들은 알아서들 잘하더라. 책도 내고, 작가도 되고, 인기도 생기고. 그러다 독자들이 알아서 거르겠지? 나는 또 어디선가 누군가의 손톱 끝에서 또 걸러지고 있습니다.

또 또 또각, 또각~


글 쓰는 당신은 괜찮아! 그런데 난 안 괜찮아! 그러니까 우리는 괜찮은 거야~ 그러므로 일단 저장 저장. 닥쳐올 더 큰 공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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