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책 한권 사는 게 이렇게 어렵습니다)

늘 혼자 주절주절!@#%?

by 지음 허투루


주절주절!@#$%?


책을 사러 왔습니다.

사려는 책 목록 몇 개를 간단하게 휴대폰 메모에 적어놓고,

언제부터 지갑 속에 들어있던 건지 모를,

문화상품을 꺼내 주머니 속에 넣고(바보! 지갑은 놔두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습니다.

서둘러야 할 이유는 없었는데도 왠지 모르게 서두르게 만드는 무언가가 마음 가득 갑북갑북~


종이책을 사보는 게 언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각종 저널의 온라인 사설, 논평, 오피니언 E-Book 등등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로 텍스트를 접하다 보니, 서점은 그저 잠깐 시간이나 때우려 쓱 한 번 둘러보고 마는, 지름신 따위가 함부로 빙의하려 시도치 않는, 여유와 심심찮음이 가득 찬 곳이라 여겼나 봅니다. 오랜만에 직접 서점을 방문하고자 하는 설렘이 발길을 재촉합니다. 그러나 내가 찾는 책은 그 서점에 없었습니다. 절판이 된 건 아닙니다. 재고가 없다는 내용이 컴퓨터 모니터에 눈길을 멈춰 세우며, 좌절의 쓴맛이 혀끝을 깨물듯 붉게 여물어지고 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서점 이리저리 돌며, 뭐 하나 건져갈 만한 다른 책이 없나 기웃거립니다.


설렘은 줄고 강박이 시작되다.



책 하나 고르는 게 이리 어렵습니다.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이나 혹은 꼭 한번 정복해보고 싶어서 벼르고 있던 책이 한 권도 없었나? 서점을 가득 메운 저 책 중에 내 것이 될 것 같은 매력적인 책을 딱 하나 찾는 게 짜장면 짬뽕 고르는 것 마냥 왔다리갔다리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하다니…….


두 권의 책이 후보에 올라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후보 1은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 민음사에서 나온 김병운의 첫 장편소설이고, 후보 2는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평론가의 산문집입니다. (어딘가 있어보이는, 이 책속 내용이 마치 내 지성이 될 것만 같은, 뜻모를 허영으로 선택한 책)



서로 조금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두 매력적 언어는 한동안 서점 바닥에 엉덩이를 주저앉혔습니다. 마스크를 코끝까지 쳐올리고, 책 속에 얼굴을 파묻듯 고개를 푹 숙이고 빠르게 첫 페이지를 읽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 두 책 모두 갖고 싶은 욕망이 치밀었습니다.


김병운 소설가 나이가 나와 같다는 점에서, 양장본으로 나온 책의 사이즈가 딱 손바닥만 한 크기로 책을 펼칠 때의 그립감이 뭔가 손 안으로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에 비해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은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 비해 두껍고 책의 사이즈도 커서 내용 또한 무겁지 않을까 고민이 됐지만, 신형철 평론가의. 문학 해설을 아주 우연히 접하며, 찬찬히 읽는 재미를 느낀 적이 있는 터라, 궁금과 책임이 동시에 샘솟았습니다.


책 한 권이 이렇게 어렵습니다. 두 권 다 사면 속 편하겠지만 수중에 만원 짜리 문화상품권과 삼천 원 남짓 현금뿐입니다. 지갑을 놓고 나온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둘 중 하나는 E-Book으로. 아이폰에서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그러니까,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을 뻗는 것마냥 탐닉적 소유물로 가치를 높이고, 다른 하나는 종이책의 아날로그적 감성과 책장에 전시•진열로 장식의 가치를 발현할 수 있는 적절한 결단 앞에 너무 오래 서성거리고 있었더니, 쥐가 날 것 같습니다.


서점 한 편의 자리를 너무 오래 차지하고 있었나 봅니다. 벌써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습니다. 벌써 시침과 분침이 반환점을 돌아 일곱 시로 바삐 가고 있습니다. 배가 고픕니다. 그만큼 고민은 길었고, 결단은 과연 최선이었을까? 확신은 서지 않습니다. 별 쓰잘머리 없는 짓이라고 나무라는 당신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혀를 차는 듯한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고 있습니다. 누구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을 던져야 하나? 돌아가는 발걸음은 의외로 가볍습니다.


그니까... 문화상품권으로 낙찰된 허영(책)은 그러니까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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