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몸부림

늘 혼자 주절주절!@#$%?

by 지음 허투루
주절주절!@#$%?


‘아무것도’란 말을 요새 너무 자주 쓰는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안 한다."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아무도 안 만난다."


온통 부정인 동시에 불특정 다수에 관한 존재의 유실. 말속 깊이 배어있는 저 외로움.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외로움을 외면합니다. 수동적 태도로 점점 고조되는 이 감정을 방어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물질이나, 자극적이고 휘발성 욕망에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전자기기, 채 다 읽지 않고 사는 책, 영화, 영상 콘텐츠, 유일하게 게임만이 관심사가 아닌, 스타벅스, 굿즈 등등)


스스로 외로움을 선택한 것처럼, 언제든 털고 일어나 충만 혹은 포만으로 영혼과 육신을 곧추세울 수 있다는 자만은 영혼을 가라앉고 있습니다. 점점 감각은 무뎌지고 호기심이 사라집니다. 관찰의 인내심을 더는 발휘 할 수 없을 만큼 감각과 지각 의식과 인식이 온통 ‘나이브(naive)’해 집니다.





‘나이브(naive)’ 네이버 국어사전은 –소박하고 천진하다-라고 하지만 내면을 좀 더 들여다보면 비판적 성향으로 비꼬기에 가깝습니다. 사유가 깊지 못하고 대충 넘어가거나 무신경하고 반응하지 않으려 하는 "게으름"과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의미는 한낱 이따위 저따위로 폄하된 "나태"를 적절히 잘 섞어놓은 말 같습니다.


‘아무것도’와 ‘naive’는 참 닮아있습니다. 특히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 사유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 오랫동안 침잠되어 있던 욕망을 떠올려 자극으로 소비하고 소유하는 것만 빠져있습니다. ‘아무것도’란 것에 포함되지 않은 유일한 끈질김이 욕망입니다. 정체된 일상의 반복으로부터 밀려드는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방어기제가 됩니다.


스스로 naive를 인정하고 나면 삶에 필요한 자원들은 충만해질지 모릅니다. 또한 타인에게 함부로 공감하지 않을뿐더러 앞서 판단하고 선입견에 빠져 가능성을 제한하고, 경멸과 혐오에 대한 시선으로부터 객관화되지 않을까. 그건 오롯이 말뿐인 인정이 아니라 생활에 태도로 발휘되는 거겠지……. 간혹 말로는 상대적인 각 개인의 취향을 인정한다고 해놓고선 막상 직면하게 되면 마치 침해로 여기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예를 들면, 성소수자의 성적 취향과 마음을 존중한다고 하곤 막상 그와 친분이 쌓이면 쌓일수록 자꾸 거리와 선, 경계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직 확인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편함으로 스스로 좀먹히는 경우 말입니다. 누구에게에게나 이상형이 있고, style이 있습니다. 나나 당신 따위에게 아무 관심도 없는데, 혼자서 주접떨고 있는 건 아닌지…….



나의 시간은 단 1초도 누군가로부터 살 순 없지만, 판매는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아무것도 아닌'은 사실 내가 그토록 바라는 '무언가'가 아닐까!


또 한 번 생각과 감정이 고조시키고 또 방어기제를 발휘하고 naive 하고. 어쩔 수 없다는 합리를 자신에게 강요합니다. 나는 또 내일을 오늘로 만들고 오늘을 어제로 밀어냅니다. 밀려나간 시간은 단 1초도 누군가로부터 살 순 없지만, 팔 수는 있다고 믿자! 다짐합니다. 책을 읽고 뉴스를 보고 영화를 보고 가끔 글을 적어보고, 일련의 행동이 외로움을 잊기에 가장 가까운 방법이고, 분노하고 좋아하고 슬퍼하는 뒤쳐진 감정의 감각이여! 낡고 무뎌지지 않게 보존하는, 같잖지만은 않은 몸부림입니다.



"아무것도"가 "뭐라도" 하고 있다는 게 그나마……. 그나마인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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