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뒷담화
언힌지드
영화의 예고편 은 긴장감 넘치는 주인공 표정에 사운드를 입히며, 이 영화의 메타포를 보란 듯이 역설한다. 메타포가 지니고 있는 간접과 암시의 특징을 고려하면 ‘보란 듯이’ 란 표현과 충돌한다. 이는 모순이란 관점이 아니란 점에서 ‘언힌지드’ 이 영화 제목 뜻이 강렬히 전달된다.
아무래도 국내에서도 비일비재 벌어지는 보복운전을 소재로, 우리 생활 밀접하게 관련 있다 보니, 몰입은 한순간에 일어난다. ‘톰 쿠퍼’ 역을 맡은 ‘러셀 크로우’의 삐뚤어지고 적의 가득한 눈빛은 무슨 일이든 반드시 벌어질 것이라는 당위로 폭력의 모습이 이 사회 투영한다.
다만 좀 아쉬운 내러티브는 보복운전의 희생자인 '카렌 피스토리우스' 배우가 연기한 ‘레이첼’이란 인물이 영화의 결말을 모두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 없으며, 불행 중 다행이라든가. 오이디푸스 왕의 비극처럼 처연을 내세우며 끝맺지 않는다. 다만, 되돌아갈 일상은 초토화되어 여러 후유증을 예견한다. 달라진 그들의 삶은 얼마나 변하고, 변화를 어떻게 마주할지 그 모든 걸 말이다.
영화는 어딘가 모르게 익숙하다 못해 친숙하기까지 하다. 이런 뉘앙스 혹은 구조를 어디서 마주하고 어떻게 기인한걸까? 인물에 대한 몰입을 선한 사람으로 제한하려 하지 않는다. 권선징악을 통해 관객을 계도(啓導) 시키려는 것도 모두 옛말이다.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나에게도 당장이라도 일어날 듯한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 영화에 대한 '상투적' 따위의 평가질이 아니라 위화감이 불러일으킨 묘한 이질감이 영화를 보고 나와서도 지속된다.
영화의 배경을 한국의 어느 도시로, 주연 배우들을 한국 배우로 바꾸면 다른 거 하나 바꾸지 않아도 딱 한국영화가 되어버리는 데쟈뷰 같은 기시감이 든다.
그러므로 영화는 또 묻는다.
당신은 ‘톰 쿠퍼’ 역을 맡은 ‘러셀 크로우’인가? ‘레이첼’ 역의 카렌 피스토리우스인가? 아니면 그 둘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때론 소극적으로 때론 적극적으로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끼어든 감초인가. 공포와 가십으로 관망하고 있는 엑스트라 인가?
관객의 운전습관 마저 돌아보게 하는, 혹시 영화를 보고 돌아갈 때, 평소보다 주위를 더 살피거나, 엑셀를 좀 더 느긋하게 밟거나, 크락션을 누르기 약간 저주하지 않았는지? ㅋㅋㅋㅋㅋ!
언힌지드 : 불안정한, 혼란한, 흐트러진, 경첩을 뗀,
그러니까 겨우 파국을 모면했으나, 아직 벗어난 건 아닌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