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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음 나왔어요

by 김동현

그 현장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새벽 5시, 이 시간에 올 전화는 하나뿐이다. 인력소 소장님이다. 소장님은 오늘 내가 신규자 3명을 인솔해 달라고 했다. “알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고, 냉장고에서 차가운 생수를 꺼내 마시며 담배 한 대를 피웠다. 짐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


6:30, 학동역 1번 출구. 현장에 새로운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다. 나는 반장님들과 인사를 나눈 후 현장으로 향했다. 오전에는 대화할 틈도 없이 몸이 가는 대로 땀을 흘리며 부랴부랴 시간이 흘러갔다.


점심 시간이 되었다. 점심을 같이 먹으며 새로 온 작업자들에게 말을 걸었다. “젊어 보이시는데, 20대인가요?” (나도 젊지만, 30대라는 타이틀 때문에 이렇게 묻는 것 같다.) 그들은 20대라고 했다. 처음으로 일용직에 나왔고, 회사에 다니다가 준비할 것이 있어서 쉬고 있었다고 했다.


“너무 쉬다 보니 몸이 나태해지고 자꾸 술만 마시게 되어서, 이렇게 일하러 나왔어요,” 라고 그들은 말했다.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남들이 다 일하는 시간에 일을 하고 싶어서 나왔다는 그 말이 이해가 되었다. 가만히 있으면 나태해지고 우울해지는 것이 말이다.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몹시 피곤하다.)


백수지만 오늘 하루 일하고 싶어서, 돈 벌고 싶어서 나온 그 청춘들.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반갑지만은 않은 그 노가다 현장에서, 나는 또 한 번의 새싹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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