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카지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그 영상의 주된 내용은 도박의 위험성이었지만, 내 머리에 남은 것은 카지노가 사람들의 시간 감각을 무너뜨리고 오로지 도박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창문과 시계를 없앤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 밤이나 해가 뜨지 않은 새벽에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해가 지고 캄캄해지면 시간 개념이 무너져서 낮에 읽을 때의 조급함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많은 자기개발 서적과 작가들의 루틴을 보면 낮에 책을 읽는 것이 정신을 맑게 한다고 한다. 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책을 읽으면 내가 나태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활동적이고 세상이 움직일 때 나 혼자 책을 읽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다. 누구도 나에게 강요하거나 말한 적 없지만, 내면에서 느끼는 죄책감이다. 이런 부분에서 나는 성숙해지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이는 일종의 결핍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해가 지고 모두가 집에서 안정을 취할 때, 나는 그 죄책감으로부터 해방되어 책에 집중할 수 있다. 해가 지고 창문을 닫고 방 안에 스탠드의 불빛을 밝힐 때, 나는 그 죄책감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아 자유롭게 책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